“검찰 조사받으며 고통 겪어”
‘나영이(가명) 사건’의 피해 어린이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재판장 최종한)는 26일 나영이와 그 어머니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잘못된 대응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300만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조사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폭력 범죄의 수사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사방법에 관한 교육을 받은 성폭력범죄 전담검사가 담당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아동일 경우에는 더욱 신중하게 조사계획을 수립하는 등 특별한 배려를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준비미숙으로 나영이로 하여금 반복해 피해를 진술하게 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나영이는 2008년 12월께 학교에 가던 중 경기도 안산시의 한 교회 앞에서 조두순에게 성폭행당해 장기 일부가 신체 밖으로 노출될 만큼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이후 조두순은 긴급체포돼 구속됐고, 검찰은 조두순의 구속만기가 다가오자 나영이에게 검찰로 나와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영상물 녹화장비를 제대로 취급하지 못했고, 수술 뒤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들어 하던 나영이는 오랜시간 의자에 앉아 같은 진술을 세 차례나 반복해야 했다.
이에 나영이와 그 어머니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3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어 1심에서 13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조두순은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9년 9월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이 확정됐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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