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학과 06학번인 유윤종(23)씨
유윤종씨 학교에 대자보
“대학서열·입시체제 문제”
“대학서열·입시체제 문제”
“서울대라는 간판의 힘을 알게 되면서 학벌과 경쟁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지난해 3월 고려대생 김예슬씨가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대학 교육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쓰고 자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대생이 대학 서열 체제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비판하며 자퇴 선언을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06학번인 유윤종(23·사진)씨는 13일 교내 4곳에 붙인 ‘저번 주에 자퇴서를 냈는데…’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제가 대학을 그만두는 이유는 대학 서열 체제와 입시 경쟁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며 이번에 병역거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14일 <한겨레> 기자와 만난 유씨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청소년인권 문제와 입시 위주 교육, 학벌 문제를 고민해왔다”며 “서울대 졸업생으로 누릴 수 있는 학벌의 혜택을 거부하기 위해 대학 2학년이던 2007년부터 고심을 하다 지난여름에 (자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유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 입시제도 폐지 등의 운동에 참여해 왔다.
유씨는 등록금 마련 등을 위해 일곱 차례나 휴학을 하며 자퇴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심을 굳힌 뒤 자퇴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부모님은 ‘졸업은 해야 한다’며 말렸다. 유씨는 “지금은 어머니가 ‘너의 삶’이라며 애써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죄스러워했다.
유씨는 특히 청소년인권운동 과정에서 몸소 겪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학벌 차별 문제에 대한 경험이 자퇴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두발자유 등을 주장하다 학교에서 처벌받은 고등학생들을 만나러 해당 학교 교장이나 교감을 찾아가면 처음에는 ‘뭐 하는 사람이냐’며 막 따져요. 그런데 서울대 학생이라고 밝히면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 왜 이러냐’며 저를 대하는 태도가 누그러지고 일도 일사천리로 해결됐죠.” 유씨는 “서울대생이라면 모범생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다”며 “서울대를 졸업하면 (이런 학벌의 혜택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제 서울대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학벌사회와 입시경쟁에 맞서기 위한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거부하고 대학을 자퇴하자’는 뜻을 공유한 청소년 30여명이 중심이 돼 만든 ‘투명가방끈’과 행동을 함께 할 예정이다. 유씨와 투명가방끈은 당장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에 맞춰 대학입시 거부 선언과 대학 거부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대학 서열화나 입시 문제는 대학 교육 차원에서도 악영향이 있으며 등록금 문제도 서열화 및 초과수요 문제와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며 “사회에서의 학력·학벌 차별 문제 등 모든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고 저항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주의를 실현하고 군사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방편으로 병역거부도 결심한 유씨는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는 게 청소년과 대학생이 처한 현실”이라며 “피할 수 없고 즐길 수도 없다면 싸워서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평화주의를 실현하고 군사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방편으로 병역거부도 결심한 유씨는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는 게 청소년과 대학생이 처한 현실”이라며 “피할 수 없고 즐길 수도 없다면 싸워서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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