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센터 11명 첫 서울 여행
지난 2일 러시아 젊은이 11명이 2명의 한국인 선생님과 함께 한국에 처음으로 찾아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국청소년문화교육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는 이들이었다. 지난 5일 견학차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온 이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재러시아 동포 3세인 손 야나(판매 직원)는 “한국엔 옛 전통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며 그 사례로 연장자에 대한 예의나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 같은 것을 꼽았다. 이런 것은 러시아 사회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한국 동포 사회에서도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연구원인 율리아 역시 “러시아에서 예술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전통 무용이나 공연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케이팝과 티브이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였다. 송승헌이나 <커피프린스>의 김재욱에 매료된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이 센터에 찾아왔다. 이번에 한국에 올 수 있었던 11명은 전체 수강생 130명 가운데 한국어나 관심의 수준이 가장 높은 이들이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음식이었다. 상점 점원인 타냐는 ‘비빔밥’이라고 했고, 동포 3세인 고(가이) 타냐(회계사)는 삼겹살구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팬들이지만, 한국 사회에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바로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였다. 율리아는 “한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개인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요리사인 올가도 “한국 젊은이들의 취향은 좀 획일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이번 방문은 대한항공 모스크바 지점이 센터에 러시아 학생들의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제안해 성사됐다. 대한항공이 항공료와 체재비를, 서울시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엘지가 전원의 대여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윤희만 센터장은 “이들은 문화 사절단과 같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회가 정례적으로 주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1995년 동포 2세인 이 나탈리아 선생이 동포 2~3세대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 지금은 수강생의 80% 이상이 러시아 젊은이들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 1년에 3천달러를 지원하고, 13명의 한국인, 2명의 동포 교사들이 무료로 한국어 등 5개 분야를 가르친다. 센터 임대료는 학생들이 스스로 마련해 운영중이다.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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