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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섯달동안 4명 자살, 한예종에 무슨 일이…

등록 2011-10-07 14:26수정 2011-10-07 15:40

6일 한예종 캠퍼스에서 추도식 열려
지난 5개월동안 학생 4명이 목숨을 끊어 무겁게 가라앉은 캠퍼스에 다시 온기가 돌았다. 지난 6일 저녁, 스스로 세상을 등진 청년 예술가들의 추도식이 열린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친구를 먼저 보낸 미안함과 남은 친구들을 지켜야한다는 의지가 촛불이 돼 타올랐다.

저녁 6시 50분 학생본부 건물 콘크리트 외벽 위로 이 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인 박재동 화백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뒷모습을 보인 채 한 길을 걸어가는 소녀의 모습 아래로 두 개의 초가 불을 밝혔다. 촛불은 불과 10여분 만에 추도식이 열리는 마당 앞을 가득 메웠다. 약 200여명의 학생이 모여들었다. 이 학교 학생들의 살풀이 춤과 레퀴엠 첼로 연주가 학생들의 마음을 한 데 묶었다.

5개월동안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학생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윤상정 총학생회장은 애도문에서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과와 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며 “젊은 예술과 비평은 환기되지 않고 사회와 괴리된 채, 고고한 금자탑의 영역에 서있으려한다”고 반성했다. 또 “신자유주의와 경쟁만이 답습된 사회에서 서로의 죽음을 딛고 서있다”며 “학생, 교수와 학교가 함께 모여 의견을 모으고 해법을 나누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제자의 죽음에 스승은 사회의 무관심에 분노했다. 숨진 네 명 중 두 명이 다녔던 영상원의 전규찬 교수는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학생들이 몸으로 이 시대의 슬픔과 비극을 알려내고 있다. 이야기없는 청년들의 죽음을 우리 사회가 책임지고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예술가와 청년이 내몰린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박재동 교수도 편지를 통해 못다 핀 젊은 예술가들의 넋을 달랬다.

이날 오전 한예종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 ‘잉여’ 청년이 겪는 삶의 위기, 누구보다 청년 예술인들이 처한 위기의 삶”을 지적하며 “상담인력확대와 같은 단순 대책으로는 제대로 해소할 수 없는 참으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추도식이 끝나자 헌화를 하기 위한 길이 길게 늘어섰다. 추도식에 오기 위해 검정 넥타이를 차려입었다는 남학생도, 수업을 마치고 바로 왔다며 악기를 멘 여학생도 말없이 향을 피우고 영정 대신 마련된 그림에 머리를 숙였다. 떠나는 친구에게 남길 말을 적는 애도의 벽에는 노란 포스트잇이 하나씩 붙었다.

메모에는 혼자 아파했을 친구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슬픔을 겪지 않겠다는 학생들의 마음이 더 또렷했다. “잊지않고 그러나 그에 무뎌지지않고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당신들의 몫까지”, “더 사랑하며 살아갈게요. 안녕 누나, 오징어가”라는 메모가 애도의 벽을 채웠다.

예정보다 30분이나 길어진 추도식에서 학생들은 “슬프지만 더는 외롭지 않다”고 했다. 애도의 벽에 붙은 누군가의 말처럼 “당신들의 고민이 내 고민”임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자리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오는 12일 학생과 교수협의회, 학교당국이 모여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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