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나쁜 아들에 상습폭언
말리는 남편과는 대화끊어
말리는 남편과는 대화끊어
자녀에 대한 ‘과도한 교육열’로 가정 불화가 빚어졌다면 교육에 집착한 배우자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2년 김아무개(47·여)씨는 남편 김아무개(49)씨와 결혼했다. 부인 김씨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육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그 결과 딸(19)의 성적은 늘 김씨를 만족시키는 수준이었지만, 아들(16)은 그렇지 못했다. 아들의 학교 시험 성적이 기대 수준보다 아래이거나 한자 급수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김씨는 “살아봤자 사회에 쓰레기가 된다”는 등 폭언을 쏟아냈다.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자 학대는 더욱 심해졌다. 성적이 떨어지자 김씨는 아들을 학교에 가지 못하게 교복을 칭칭 묶어 놓고, 아들의 책상에 톱질까지 했다. 또 아들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침대 매트리스를 일으켜 세워 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들은 엄마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쌓아갔다. 반면 좋은 성적을 받아 오는 딸은 김씨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남편 김씨가 아내를 말렸지만, 오히려 부부 사이만 나빠졌다. 남편은 결국 방학 동안 아들을 근처에 있는 친척집에 보내고,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도록 했다. 이에 반발한 아내는 남편과 아들에게 밥과 빨래 등을 해주지 않았고, 남편은 보복으로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대화도 없이 남처럼 보낸 시간이 3년. 아들이 지난 1월 ‘아동학대 피해자’ 진단을 받자, 남편 김씨는 결국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박종택)는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인 김씨가 교육을 명목으로 자녀에게 인격모독과 폭행을 가했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남편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며 “남편이 자신의 훈육방식을 문제 삼자 아들에게도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갈등을 심화시키는 등 혼인파탄의 근본적인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부부가 한집에 살면서도 3년 이상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 없이 지내왔고,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았지만 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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