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현금 인출책 5명
금고 속 43억 훔쳐 줄행랑
조폭 동원해 뒤쫓다 들통
경찰 “총 수익 240억 달해”
금고 속 43억 훔쳐 줄행랑
조폭 동원해 뒤쫓다 들통
경찰 “총 수익 240억 달해”
온라인 도박사이트 사장이 몰래 감춰둔 금고 속 현금 43억원을 부하 직원들이 털고, 사장에게 고용된 조직폭력배들은 이들 직원들을 뒤쫓다가 모두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특히 도박사이트 정아무개(40) 사장은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백화점에서 발견된 10억원 상자의 주인인 임아무개(32)씨의 동업자로, 현재 인도네시아로 도주한 상태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전아무개(32)씨를 구속하는 등 피의자 5명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전씨 등은 정 사장이 2009년부터 운영하는 ‘사설토토’ 사무실에서 일하는 현금 인출책이었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정 사장의 오피스텔로 현금을 배달하면서 금고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8월 정 사장의 오피스텔 문을 부수고 들어간 뒤 금고 안에 있는 43억을 훔쳐 도망갔다. 다음날 자신의 금고가 털린 것을 알게 된 정씨는 부하 직원들을 잡기 위해 전남 목포의 서산파 행동대원인 신아무개(36)씨를 고용했다. 신씨는 자신의 조직원을 풀어 돈을 훔쳐간 지 이틀만에 절도범 중 한 명인 김아무개(35)씨를 붙잡아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해 4억원을 받아냈다.
폭력배 신씨가 김씨에게 다른 일당의 행방을 대라며 위협하자, 두려움을 느낀 김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김씨 등 일당 5명이 운영자 정씨의 돈을 훔친 사실을 알아내고 일년에 걸친 추적 끝에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나머지 일당 4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훔친 돈으로 산 벤츠 등 고급 자동차 6대와 아파트 전세금 4억50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들은 운영자 정씨의 수익금이 240억원에 달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난 2월 여의도백화점 창고에 맡겨진 10억원이 든 상자의 주인으로 구속된 임씨와 공동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10억원 상자의 존재가 알려진 3일 뒤에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지난 2월 여의도백화점에 맡겨진 10억원이 든 상자를 물품 보관업체가 ‘폭발물 같다’고 신고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0억원 상자의 주인으로 구속된 임씨는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몰수 10억원과 벌금 3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성동경찰서 정환웅 형사과장은 “운영자 정씨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수배하고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폭력배 신씨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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