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 전 서울대 교수 “한국형 과학교육, 가난한 아프리카 도울 것”
항법유도제어 전문가…내달 에티오피아 아다마대 취임
“한국식 학제 도입 등 과제” 서울대서 파견 강의도 검토
항법유도제어 전문가…내달 에티오피아 아다마대 취임
“한국식 학제 도입 등 과제” 서울대서 파견 강의도 검토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열정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장규(65·사진) 전 서울대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대학총장이 된다. 이 전 교수는 다음달 1일 에티오피아 국립 아다마대학교 총장에 취임한다. 아다마대는 7개 단과대(26개 학과)에 2만여명의 학생과 1천여명의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197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항법유도제어 전문가인 그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드레이퍼연구소에서 5년여 동안 근무한 뒤, 82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95년부터 전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달 정년퇴임했다.
이 전 교수는 지난 6월 초 아다마대 총장 제의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는 “과연 내가 필요한 곳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이 전 교수는 6월 말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아다마대를 둘러본 뒤 최종 결심을 굳혔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대학들이 과학 중심 대학을 표방하지만, 대학을 운영해 본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며 “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짧은 기간 동안 고도성장을 이뤄낸 한국을 이상적인 국가 발전 모델로 설정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다”며 “에티오피아 교육부 장관이 주말마다 한국 사극 방송을 시청할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라고 전했다.
에티오피아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이공학계와 인문사회계가 7 대 3의 비율이 되도록 대학 구조 개편을 진행중이다. 아다마대는 올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새로 설립된 아디스아바바과학기술대와 함께 과학기술 중심 대학으로 선정됐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 두 대학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면, 이들 대학의 운영 방식을 전국 각 대학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 전 교수는 총장 임기 5년 동안의 과제로 현지 교수들의 역량 강화, 한국식 학제 도입, 대학 자율권 확립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아다마대는 교수 1천여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5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교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교수 능력향상 프로그램을 구상중인데, 서울대와 연계해 서울대 교수들이 아다마대에 자문을 해주고 강의를 맡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어려울 때 도와준 한국이 잘살고 있어 기분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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