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상징하는 현대차 계동 사옥 표지석
상호 쓰면 ‘불법광고물’ 상표 쓰면 ‘조각예술품’ ?
종로구청, 현대차에 철거명령
공공기관·대기업들 파장 예고
종로구청, 현대차에 철거명령
공공기관·대기업들 파장 예고
‘현대’를 상징하는 현대차 서울 계동 사옥 표지석이 불법 광고물로 판정받아, 철거 명령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8월 이 표지석을 15일까지 자진 정비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가 기한까지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구청이 강제철거하거나 최고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4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이 표지석은 가로 2.5m, 세로 1.8m 크기로, 뒷면엔 현대건설이 세워진 1947년부터 1984년까지의 역사가 기록되어 이곳이 현대가의 총본산임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이 표지석은 ‘왕자의 난’ 이후인 2003년 사라졌다가 2008년 제자리로 돌아왔다.
설치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표지석이 불법광고물임은 지난 8월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장이 각 구청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롭게 드러났다. 수십년이 넘은 표지석들이 전국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도, 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불법 광고물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박형호 종로구 도시디자인과 광고물정비팀장은 “그동안 문제된 적이 없어서 공무원들도 불법인지 몰랐다”며 “현대에서 이른 시일 안에 표지석을 광고물로 신고하면, 구청에서 철거하지 않고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만 부과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옥 관리를 담당한 현대엠코는 “표지석 뒤편에 현대건설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등 기념물로 생각했을 뿐, 광고물로는 생각하지 못해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광고물 기준이 전혀 다르게 적용된 경우도 있어 혼란을 부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유권해석을 요청받은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동부금융센터 앞의 기업 상표를 본떠 만들어진 조형물을 광고물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분류했다. 행안부는 “동부그룹의 조형물은 조각작품으로 보여지는 바 옥외광고물로 해석하지 않는다”며, 강남구청에 철거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조형물은 대형 빌딩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공공 예술작품이라는 명목으로 2002년 만들어졌으나, 동부그룹의 상표 형태와 색을 그대로 본떴다. 기업 상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조형물을 광고물이 아닌 예술 작품이라고 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에 항의가 이어지자 이성인 행안부 생활공감정책과장은 14일 “기업이 상호 없이 상표만으로 조형물을 만든 경우는 거의 없어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이 조형물을 광고물로 볼 수 있는지 관계 법령을 다시 검토해 판단을 내리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동부금융센터 앞의 기업 상표를 본떠 만들어진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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