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가 9일 오전 추석 귀성객으로 붐비는 서울역 광장에서 장기기증 권유 캠페인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장기기증 등록자인 전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둘째 줄 왼쪽 넷째)씨,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의 터줏대감 에바(둘째 줄 맨 왼쪽)와 브로닌(둘째 줄 왼쪽 다섯째) 등이 참여해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장기기증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이들은 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랑의 의원 인공신장실을 방문해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떡을 나눠주며 “곧 건강을 되찾을 테니 힘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글 이충신,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양준혁·‘미수다’ 출연진 등
서울역서 장기기증 서약식
혈액투석 환자들 위문도
서울역서 장기기증 서약식
혈액투석 환자들 위문도
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선 난데없는 윷놀이판이 벌어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사실상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이날 귀성객들로 붐비는 서울역 광장에서 장기기증 권유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장기기증 등록자들의 플레시몹, 윷놀이, 장기기증 퀴즈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 이날 캠페인엔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나섰다. 현역 선수시절 호쾌한 타격으로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양준혁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둥근 얼굴에 웃음을 한가닥 머금은 채 모습을 나타냈고,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에바·따루·브로닌 등 외국인 1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에바 등 세 사람은 이날 현장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 20명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에 서명했다.
조선족 청년으로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이진우(30)씨와, 이씨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신장을 나눠준 윤순옥(53)씨, 2008년 국내에서 아내인 바트채랜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몽골인 촐롱바트르 부부도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 외국인은 “‘국내에서 뇌사하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한 린다 프릴처럼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생명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3개라는 브로닌(27)은 “여전히 장기기증이 더럽고 위험하고 아프다고 피하는데 알고 보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 3월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장기기증 서약을 한 양준혁 해설위원도 다양한 행사에 도우미로 나서 시민들에게 장기기증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윤순옥씨는 “10월이면 신장을 기증한 지 1년인데 몸이 무척 건강하다. 농사짓고 손주 돌보며 예전과 똑같이 산다”며 밝게 웃었다. 윤씨에게 신장을 기증받은 이진우씨는 “아플 때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며 “지금은 서비스 상담일을 시작해 사업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바트채랜은 “남들과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 정말로 기쁘다”며 “이 시간에도 투석을 받고 있을 많은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빨리 이식을 받고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서대문구 충정로 사랑의 의원 인공신장실을 방문해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떡을 나눠줬다. 외국인 참여자들은 추석을 앞두고도 평일과 다름없이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곧 건강을 되찾을 테니 힘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혜라 간사는 “1만9000명의 장기이식 대기자들은 명절도 잊은 채 고통스러운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해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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