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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민공동회·문화난장…물대포도 못말린 ‘희망 찾기’

등록 2011-08-28 21:20수정 2011-08-28 22:22

해고자 가족들 애써 웃음에…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4차 희망버스 만민공동회 행
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해고자 가족들 애써 웃음에…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4차 희망버스 만민공동회 행 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4차 희망버스 ‘서울서 1박2일’
청계광장~한진중 본사앞 5천명 “해고 철회”
인왕산엔 펼침막…김진숙씨 전화통화 격려
경찰 9천여명, 3년만에 물포 쏘며 해산 시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4차 희망버스’가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서울 중구 청계광장, 서대문독립공원과 인왕산·안산, 용산구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 등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경찰의 ‘불법행위’ 강경대응 방침에 따라 청계광장 일대에는 경찰 병력 110개 중대 9000여명이 배치됐고, 28일 오후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해 해산을 시도했다. 서울시내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사용한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3년 만이다.

4차 희망버스 행사는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2000여명을 포함해 모두 5000여명(주최쪽 추산, 경찰 추산 3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7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만민공동회’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등의 해고노동자들이 만민공동회 첫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1~3차 희망버스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구급차였다면, 우리의 투쟁은 살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만민공동회 현장과의 전화 연결을 통해 “서서히 변화가 오고 있다. 희망이 보이고 있다. 모두 여러분의 힘이다”라고 말하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찬물 끼얹은 경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4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한 시민이 28일 낮 서울 용산구 남영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경찰이 집회 해산을 위해 쏘는 물대포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찬물 끼얹은 경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4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한 시민이 28일 낮 서울 용산구 남영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경찰이 집회 해산을 위해 쏘는 물대포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시간가량 이어진 만민공동회에서는 다양한 발언과 공연이 이어졌다. 춘천에서 온 한 신혼부부는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간 기억을 잊지 못해 다시 왔다”며 “희망 부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진중공업 다큐를 접하고 희망버스에 참가했다는 이데쿠보 게이치 일본 나카마유니온 위원장은 “시민들과 소통하며 거대한 노동운동을 만드는 희망버스는 일본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본 시민들과 트위터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운동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밤 10시가 조금 지나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청계천을 따라 “평화행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 행진을 시작했다. 남대문을 거쳐 독립문 쪽으로 향하던 참가자들은 밤 12시께 서대문네거리에서 한동안 멈춰선 뒤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새벽 1시께 독립공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공연과 집단토론에 이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를 주제로 한 희망 토크쇼를 28일 새벽까지 이어갔다.

독립공원에서 돗자리·침낭 등을 깔고 노숙한 희망버스 참가자 중 일부는 28일 새벽 6시께 인근의 인왕산과 안산으로 향했다. 오전 7시30분께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인왕산과 안산 정상에 각각 4명과 10여명의 참가자가 ‘정리해고 철회’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애초 오전 10시에 집회 참가자들을 모아 인왕산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27개 중대 2000여명을 등산로 10여곳에 배치하고 불심검문을 통해 입산을 가로막아 산행에 나선 참가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오전 10시30분께부터는 참가자 1400여명(주최쪽 추산, 경찰 추산 800여명)이 ‘막힌 귀를 뚫어’, ‘MB 너가 해결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한진중공업 본사 앞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해산하지 않으면 물대포를 발사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한 뒤 낮 12시35분께부터 물대포를 사용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우리는 합법적으로 신고를 마치고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의 ‘불법시위’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물대포에 맞섰다. 경찰과 1시간가량 대치한 참가자들은 정리해고 철회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처벌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와 성명서 낭독을 마치고 오후 1시가 넘어 자체 해산했다.


경찰은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 등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행진을 기획한 기획단 관계자 11명 전원을 포함, 단순 참가자라도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하겠다”며 “27일 시위대가 취재기자와 운행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박태우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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