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북저’ 현장 가보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 가운데, 투표소 분위기와 유권자의 반응도 투표율에 따라 엇갈렸다.
투표율 59%를 기록한 강남구 도곡2동 제4투표소(타워팰리스 A동 1층)에는 24일 새벽 5시50분께부터 주민들이 투표소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섰다. 다만 아침 일찍부터 투표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30·40대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은마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강남구 대치2동 제2투표소의 경우, 서울시 전체 투표율이 10%를 갓 넘긴 오전 10시30분께 이미 투표율 20%를 돌파하기도 했다. 도곡2동 제5투표소가 있는 숙명여고에도 아침 7시30분께 투표소 입구에 10여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강남구 청담동 제1투표소가 있는 청담동주민센터에서는 가족과 함께 투표하러 온 20대 젊은이도 자주 눈에 띄었다. 청담동주민센터에서 투표를 한 최영곤(63)씨는 “서울시 살림살이 범위 안에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기동(20)씨는 “부모님이 낸 세금으로 무상급식을 하게 될 텐데, 부모님의 세금 부담이 걱정스러워 투표소에 나왔다”고 했다.
오후 2시께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서초1동 제2투표소에서 딸 박소진(20)씨와 함께 투표를 한 이일재(51)씨는 “무상급식을 하자, 하지 말자는 것은 괜찮지만 투표 자체를 나쁜 투표라고 규정짓는 데 거부감이 들어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전체 투표율을 한참 밑돈 관악구·금천구 등에서는 투표소가 온종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생 자녀가 두명인 금천구 시흥동의 이아무개(45)씨는 “아이들 먹는 것 가지고 어른들이 다투는 것이 기분 나빠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 동네에는 한부모가정도 많아 급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가정도 적지 않은데, 아이들이 눈치 보면서 밥 먹게 하고 싶지 않아 투표 안 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구 대학동에서 만난 대학생 서일표(27)씨는 “한강르네상스 같은 사업 하느니 아이들 밥 먹이는 게 낫겠다 싶고, 투표 결과로 시장직까지 건 오세훈 시장이 싫어 투표하지 않았다”며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중에 투표했다는 친구는 아예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천구 시흥동의 김아무개(50·여)씨는 “뉴스를 보니 노령연금도 삭감되고 저소득층 지원이 잘 안되고 있다는데 전면 무상급식해서 부잣집 아이들 밥 먹이는 것보다 더 급한 저소득층을 지원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 투표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충신 박태우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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