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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 쌀 감산정책에 낭패” 속 터지는 농민들

등록 2011-08-23 20:56

지난해까지 대표적 벼 재배지로 인정받던 충남 당진의 석문간척지 땅이 거대한 습지로 황폐해져 있다.
지난해까지 대표적 벼 재배지로 인정받던 충남 당진의 석문간척지 땅이 거대한 습지로 황폐해져 있다.
당진 석문간척지 옥답, 밭작물 심었다가 황폐한 습지로
여의도 5배 농지 밭농사 임대, 염화·장맛비에 올 농사 포기
농민들 “생산감소액만 82억”, 벼 재배지 1년새 4.3% 줄어
“논농사 잘되는 간척지 논에다 무조건 밭작물을 심으라더니…. 염해 때문에 종자 발아도 안 되고, 어쩌다 발아된 것은 누렇게 떠서 다 죽어버렸시유. 농민들이 열심히 농사지어 먹고살라 하는데 정부가 잘못된 길로 인도했지유. 너무나 약올라요.”

충남 당진군에서 농사를 짓는 호명도(61·석문면 삼화2리)씨는 울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냈다. 마을영농조합에서 석문간척지의 논 36만㎡를 임대받아 사료작물 ‘수단그라스’를 심었는데, 한 포기도 거두지 못한 채 일찌감치 농사를 포기했다. 5~6월 파종기에는 마른논에서 소금기가 올라와 발아에 어려움을 겪더니, 그 뒤로는 여름 내내 쏟아진 빗물이 빠지지 않아 수단그라스 밭이 온통 습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호씨는 종자값으로만 1000만원을 날리고, 논을 밭으로 만드느라 포클레인 작업을 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해보지도 않은 수단그라스나 옥수수를 억지로 심으라니…. 무조건 안 한다 할 수도 없고 해서, 따라 했다가 이 낭패를 당했시유. 정부에서는 종자값이나 장비 기름값이라도 보상해줘야지유.”

석문면 통정리의 안병석(51)씨는 깨와 호박 심을 땅 고르기만 해놓고 종자를 심어보지도 못한 채 올해 농사를 접었다. “물이 한강인데, 깨와 호박을 어떻게 심어유. 벼를 심으라 했으면 진작에 했지유. 내년에는 벼 심게 해줬으면 좋겄슈.”

한국농어촌공사가 보유한 당진의 석문간척지는 농지면적(1563만㎡)이 여의도의 5배가 넘어, 가을이면 끝없이 반짝이는 황금들녘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현장을 찾은 지난 18일 거대한 간척지는 이미 황폐한 습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배수로만 파놓은 채 종자를 심지 않아 잡초들이 무성한 곳, 옥수수가 듬성듬성 자라다 썩어버린 곳 등 두어달째 물이 차 있으니, 밭작물이 살아날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정부 방침을 어기고 벼를 심은 일부 논만이 제 모양을 지키고 있었다.

당진군 우리농업살리기운동본부의 김희봉 대표는 “당진 농민들이 정부의 무리한 쌀 감산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벼 재배면적을 줄이려다 보니, 논농사에 가장 적합하게 만든 석문간척지 땅까지 억지로 밭으로 바꾸려 했고, 그 결과가 ‘옥토의 황폐화’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400만㎡를 당진낙농협동조합과 당진축협에 임대해 사료작물 재배지로 바꾼 데 이어, 올해는 나머지 농지 전체를 사료작물과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1·2순위로 우선 임대했다.

석문간척지의 농민들은 지난 18일 피해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내년부터는 농민 스스로 재배작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농민들 주장으로는 밭작물을 심은 900만㎡ 가운데 80%가량인 700㎡가 수확이 불가능해 생산감소액만 82억원에 이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비가 너무나 많이 온데다, 밭농사 전환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전국의 간척지 논을 어떻게 운용할지 종합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올해 전국의 벼 재배면적이 85만3223㏊로 지난해 89만2074㏊보다 한 해 만에 무려 3만8251㏊(4.3%) 감소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기상이변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흉작이 예고되고 있어, 지나친 쌀 감산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당진/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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