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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는 올 벼농사 “양호”하다는데…농민들 “죄다 병들어” 분통

등록 2011-08-19 18:57수정 2011-08-19 22:35

 충남 당진군 석문면 김동진(53)씨가 지난 18일 자신의 논에서 제대로 자란 벼이삭(왼쪽)과 그렇지 못한 이삭을 보여주고 있다. 벼 한 포기의 이삭 15개가량 가운데 10개 이상이 오른쪽 이삭처럼 일조량 부족으로 길이도 짧고 낟알 수도 적다.  당진/김현대 선임기자 <A href="mailto:koala5@hani.co.kr">koala5@hani.co.kr</A>
충남 당진군 석문면 김동진(53)씨가 지난 18일 자신의 논에서 제대로 자란 벼이삭(왼쪽)과 그렇지 못한 이삭을 보여주고 있다. 벼 한 포기의 이삭 15개가량 가운데 10개 이상이 오른쪽 이삭처럼 일조량 부족으로 길이도 짧고 낟알 수도 적다. 당진/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곡창지대 당진서도 농사포기 속출
대표적 곡창지대인 충남 당진군 간척지 벌판에서 지난 18일 벼 포기를 살피던 농부 김동진(63·석문면 포락리)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볏대 아래쪽이 썩고 힘이 없시유. 바람 세게 불면 여지없이 쓰러지겄슈.”

농림수산식품부가 전날 ‘올해 벼 생육 상황이 양호한 편’이라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김씨는 “낟알 수가 이렇게 모자라고 벼가 병들었는데, 책상머리에서 무슨 일을 한데유”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씨가 볏대 속에서 꺼내본 이삭 가운데 제대로 자라는 것처럼 보인 것은 4분의 1이나 될까, 나머지는 낟알이 적고 이삭 길이가 짧은 게 확연했다. 농식품부 발표로는 포기당 이삭 수와 이삭당 낟알 수가 평년보다 못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올해처럼 햇볕이 적고 비가 많을 때 잘 번지는 ‘문고병’(잎집무늬마름병)도 당진 들녘에서 창궐하고 있었다. 7월1일부터 8월10일까지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143시간으로 평년에 견줘 80시간이나 적었다. 비가 그치는 날이 없다 보니 농약 칠 새도 없이 꼼짝없이 당했다. 태풍 곤파스의 직격탄을 맞아 평년의 30% 이상 대흉작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비가 내리거나 태풍이 한번이라도 더 온다면 올해 벼농사는 회생 불능”이라며 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석문면 통정리의 안병석(51)씨는 “올해는 땅에서 소출이 없시유”라고 힘없이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밭농사용으로 임차한 석문간척지 땅은 물이 빠지지 않아 트랙터질 몇 차례 하다가 농사를 포기했다. 집 건너 고추밭은 물빠짐이 좋은 땅이어서 그래도 기대했는데, 탄저병(검썩은병) 공격에 고추가 전멸하고 말았다.

조생종 쌀 출하가 차질을 빚으면서 추석 쌀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진 석문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류재신 대표는 “당진에서 조생종 쌀을 구할 수 없어 어제 해남까지 쌀 구하러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태풍 무이파로 이삭이 하얗게 변하는 ‘백수’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강진 등지의 조생종 벼도 전멸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조생종 벼 값이 많이 올라 추석 햅쌀 값이 10% 이상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낟알이 영글어가는 앞으로 한달이 벼 생산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며 “햇볕이 쨍쨍 나고 태풍이 비껴가기를 하늘에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흉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햅쌀 부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지는가 하면, 정부가 벼 재배에서 밭작물 등의 재배로 전환할 것을 권했던 벼 감산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집중호우에 태풍 피해가 겹친 충청·전라도 등의 과일농가들도 심각한 비 피해를 입었다. 당도가 높기로 이름난 경기도 화성시 ‘송산포도’를 생산하는 최진화(55·송산면 용포리)씨는 19일 어두운 표정으로 하루 종일 포도송이에서 금이 간 포도알을 골라내는 일을 반복했다. 비가 그친 뒤 내리쬔 햇볕 때문에 포도알 표면에 금이 가고 속이 터지는 ‘열과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750상자를 출하했다는 최씨는 “포도알이 더 터지기 전에 출하해도 올해는 1200상자쯤 건지면 성공”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성시 송산·서신·마도면 일대 1800여 포도재배농가가 생산하는 포도는 연간 1만8000여t 규모인데, 올해는 일조량이 부족해 30%쯤 생산량이 줄 것으로 화성시 쪽은 예상했다.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배 재배면적의 25%가량인 600㏊에서 낙과 피해를 입은 전국 최대 배 생산지 전남 나주에서도 일조량 부족이 겹쳐 20% 이상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당진 화성 나주/김현대 선임기자, 홍용덕 안관옥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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