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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면산 산사태 멍든 가슴…구청선 아직도 ‘하늘탓’만

등록 2011-08-15 21:15수정 2011-08-16 11:29

우면산 산사태로 수해를 당한 방배2동 전원마을 주민들이 15일 오후 임시 재난대피소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전자고등학교 교실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은 학교의 개학에 맞춰 이날 오후까지 교실을 비워주고 마을회관으로 옮겨야 하지만, 마을회관마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장소로 지정돼 24~25일 딴 곳으로 나앉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우면산 산사태로 수해를 당한 방배2동 전원마을 주민들이 15일 오후 임시 재난대피소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전자고등학교 교실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은 학교의 개학에 맞춰 이날 오후까지 교실을 비워주고 마을회관으로 옮겨야 하지만, 마을회관마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장소로 지정돼 24~25일 딴 곳으로 나앉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잦은 비로 수해복구 차질
대피소마저 메뚜기 생활
구청장은 면담 요청 묵살
“산사태 원인규명” 귀막아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남편을 잃은 김혜숙(44)씨는 아직까지도 남편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동생 은정씨는 “언니가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남편 올 시간이 됐다’며 헛소리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남편 최성하(52)씨는 사고가 나던 날 오전 9시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 우면산 터널 입구에서 흙더미에 파묻혔다. 자동차 정비 기술자인 최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둘째 딸의 학교가 회사와 같은 방향에 있어, 딸을 태워다 주고 출근하다 참변을 당했다. 둘째 딸은 자기를 등교시켜주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모 은정씨는 “입시를 앞두고 있는 둘째 조카가 자책감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일영(54)씨는 우면산 산사태 보름 만인 지난 11일에야 남편이 숨진 현장을 다녀왔다. 그동안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편 김형남(54)씨는 그날 컨테이너 창고를 살피러 갔다가 양재면허시험장 뒷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주검을 찾았지만 얼굴과 온몸에 흙이 덮였고, 허리 부분이 전봇대에 걸려 꺾여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남태령 전원마을의 반지하집에서 전세를 사는 송영비(43)씨는 한살 된 아들을 잃었다. 갑자기 방안으로 들이닥친 흙더미에 만삭의 아내가 첫째를 데리고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둘째는 미처 구해내지 못했다. 송씨는 산사태 당시 방 천장까지 물이 들어차, 임시 재난대피소인 방배동 서울전자고등학교 교실에서 지내왔지만,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아 15일 마을회관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마을회관도 24일과 25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장소로 쓰여 며칠 안에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송씨는 “다음달 중순에 출산 예정인 아내가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느라 지방 출장이 잦아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전원마을과 형촌마을, 방배동 아파트 등을 덮친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지 20일이 지나면서 당시 처참했던 흔적들은 많이 지워졌지만, 사망자 15명의 유족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할 서초구청의 무관심과 책임 회피가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 13일 서초구청을 방문해 “구청장을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법대로 하겠다”는 대답뿐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초구청장이 유족들을 만나겠다고 해 구청을 방문했다가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구청장 대신 나온 부구청장이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어이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고를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하는 서초구청 쪽은 재난법에 의해 가구주가 사망한 경우는 1000만원, 사망자가 가구원일 경우 500만원을 보상해 줄 예정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우면산 산사태 원인 규명, 보상 현실화, 책임자 사과 및 징계, 합동추모제 등을 구청 쪽에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산사태 이후 서초구청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상심이 크다는 위로의 말 한마디만 들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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