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탈북자의 대부분은 ‘중국-동남아시아’ 경로를 따라 미국을 향한다. 국경을 넘어 중국에 도착한 뒤, 돈을 마련해 중개인과 접촉하여 타이(태국)·캄보디아·라오스 등으로 건너가 난민 신청을 한다. 탈북자를 단속하고 강제북송하는 중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천㎞의 ‘대장정’을 감내하면서 탈북자들은 동남아까지 간다. (경로③)
‘러시아’ 경로는 주로 북한 벌목공들이 선택한다. 외화벌이를 위해 벌목공으로 러시아에 보내졌으나 벌목장에서 탈출한 탈북자들이 있다. 현지 선교단체 등은 ‘탈북 벌목공’의 수를 최대 1만명으로 본다. 이들은 연해주 등에서 생활하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영사관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고 미국으로 향한다. (경로④)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얻으려고 애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입국 난민은 거주 1년이면 영주권을, 5년이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합법적인 미국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들어와 한국 국적을 얻은 탈북자는 이런 난민 자격을 얻는 게 불가능하다. 그들은 난민이 아닌 망명의 문을 두드리며, ‘한국-멕시코·캐나다’ 경로를 밟았다. 한국 여권으로 단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캐나다·멕시코에 들어간 뒤,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간 것이다. 국경을 넘다가 붙잡혀도 곧바로 망명 신청을 하여 미국에 머문다.(경로②)
한·미 양국이 90일 무비자 입국을 도입한 2009년 이후에는 곧바로 미국에 가는 ‘한국-미국’ 경로가 생겼다. 무비자 체류 기한이 끝나면 역시 망명 신청을 한다. (경로①)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미국은 한국 국적 탈북자의 망명을 불허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망명 신청 탈북자들은 심사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소송을 벌여 체류 기간을 늘리거나, 단속을 피하며 불법 체류한다. 망명 심사 중에는 미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탈북자들에겐 유혹이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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