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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독증 있으면 말도 잘 못 알아들어

등록 2011-08-06 21:08

옥스퍼드대 연구팀 발표
난독증 장애인들은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도로시 비숍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임상실험 결과 “난독증이 있을 경우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분간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논문을 발표했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문자를 판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증세를 말한다. 뇌신경 과학계는 이번 연구로 인간의 두뇌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식하기 위해 진화해온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이는 난독증의 원인이 음소 구별에 어려움을 겪는 뇌기능 장애인 것과 관련이 있다. 언어의 기본 단위인 낱말은 음소로 구성된다. 예컨대, ‘dog’(개)라는 영어 낱말은 ‘duh’(ㄷ)-‘o’(ㅗㄱ)-‘guh’(ㄱ)라는 3개의 음소가 연속적으로 결합한 소리를 표시한 기호다. 음성전화 상대방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화자라 할지라도 금세 상대가 누구인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특유의 목소리 뿐 아니라 저마다 미세하게 다른 음소 발성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자 읽기에 익숙해지면 대개는 더 이상 발성에 의존하지 않고 문자 그 자체로 단어를 인식하게 된다. 음소 단위의 문자 해독에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이 음성 언어의 해독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슷한 나이와 교육수준, 지능지수(IQ)를 가진 자국의 피실험자 30명을 난독증 집단과 정상인 집단으로 나눈 뒤, 컴퓨터상의 아바타(가상 인물) 10개가 영어 또는 중국어 문장을 각각 1개씩 말하는 것을 일정기간 익히게 했다. 그런 다음 예시됐던 낱말을 들려주면서 해당 아바타를 고르도록 했더니, 영어 낱말의 경우 난독증이 없는 집단이 난독증 집단보다 40%나 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반면 피실험자 누구도 배운 적이 없는 중국어 청취 능력에선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사람은 화자의 발음을 자기 두뇌에 저장해 둔 해당 언어의 추상적인 소리(음가)와 비교함으로써 서로 다른 사람들의 발성을 구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방식의 발음이 아니라면 아무리 쉬운 단어도 잘 들리지 않거나 잘못 듣기 일쑤다. 이는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으며, 두 가지 정보가 두뇌 속에서 종합적으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비숍 박사는 “이건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이번 결론을 더 확신하기 위해, 피실험자들에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려준 뒤 그 말을 되풀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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