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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남 지하세입자들 더 서럽다

등록 2011-07-29 20:22수정 2011-07-29 22:28

지난 27일 내린 폭우로 인근 대모산의 계곡물이 불어나 휩쓸고 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29일 오후 주민자치회 부녀회원들이 피해를 입은 가구의 복구를 돕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 27일 내린 폭우로 인근 대모산의 계곡물이 불어나 휩쓸고 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29일 오후 주민자치회 부녀회원들이 피해를 입은 가구의 복구를 돕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우면산 전원마을의 그늘
작년 수해때도 찔끔보상 그쳐
비닐하우스 주민들도 ‘직격탄’
“잠을 자다가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왔죠. 모두 토사에 묻혔고 건진 건 이 몸뚱어리뿐입니다.”

노아무개(47)씨는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7명이 숨진 남태령 전원마을의 세입자다. 이 마을 단독주택 반지하에 세들어 산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노씨는 “잘사는 동네라고 하는데 주인들만 돈이 많지 지하에 사는 세입자들은 모두 형편이 어렵다. 앞으로 들어갈 복구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딸과 둘이서 반지하에 세들어 살고 있는 황아무개(51)씨도 토사가 집으로 밀려 들어오자 맨발로 뛰쳐나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황씨는 “지난해에도 수해를 입었지만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정작 수해를 입은 사람은 세입자들인데 주인이 100만원을 받아 챙겼다”며 허탈해했다.

남태령 전원마을은 기업체 소유자나 전문직 종사자 등 비교적 부유한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곳을 덮친 우면산의 거대한 흙더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생채기를 냈다. 전원마을에는 2층짜리 단독주택 197동에 650가구 1605명이 살고 있는데, 단독주택 반지하에는 대부분 2가구 정도가 세들어 살고 있다. 지난 27일 우면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이들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반지하에 집중적으로 쓸려 들어왔고, 이 때문에 세입자의 90% 정도가 집이 토사와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로 숨진 18개월 난 아기도 반지하방에서 잠을 자다 참변을 당했다.

전원마을 세입자들 대부분은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세 20만~50만원에 세들어 살고 있다.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물기를 말리고 냄새를 제거해 집에 들어가 다시 살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재도구를 장만하거나 손보는 것도 이들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당분간 오갈 데가 없어진 세입자들은 찜질방이나 친척집, 마을 안 등대교회에 마련된 이재민 숙소 등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전원마을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촌도 흙탕물 쓰나미 앞에 무사하지 못했다. 주민 180여명 대부분이 막일을 하거나 식당 종업원으로 생계를 잇는 처지인데, 이번 산사태로 비닐하우스 2개 동이 완파되고 3개 동이 반파되는 피해를 당했다. 이곳 주민인 이아무개씨는 지난 27일 실종됐다가 하루 만에 전원마을 한 주택의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비닐하우스촌 주민인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수해 때 일반 주택은 100만원씩 보상을 해줬는데 비닐하우스에 산다고 보상에서도 제외됐다”며 “주민들은 이렇게 죽어나가는데, 시청이나 구청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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