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방배동 복구현장
“어휴. 또 비야?”
전날 우면산 산사태가 휩쓸고 간 서울 서초구 방배동 8차선 남부순환로에는 28일 오후 3시께 비가 세차게 내렸다. 복구작업을 벌이던 인력과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도로는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의 중장비가 차지한 채 쉴새없이 나무와 바위들을 집어나르고 있었다. 밤새 진흙더미가 걷혀지자 소형차만한 바위와 수 미터의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사태로 주민 3명이 숨진 방배동 래미안 아트힐 아파트 103동 입구에는 대여섯 그루의 나무들이 입구를 차지하고 있었고, 콘트리트가 부서져 앙상한 철근도 드러나 있었다. 소방관 등의 복구인력은 3층과 4층에서 아슬아슬하게 흙과 물을 퍼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남문은 붉은 벽돌 건물만 남아있고, 놀이터는 산에서 쓸려 내려온 나무들로 가득차 있었다.
골목마다 들어찬 차량들을 치워내기 위해 견인차들도 총동원됐다.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ㅁ견인차량 업체 조원민(42)씨는 “본사에서 서울에 견인차량이 부족하니 서울로 모두 올라오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부산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 견인차가 서울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래미안 아트힐 아파트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임광아파트 주민 최아무개(45·여)씨는 “이틀동안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복구는 커녕 생활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휴가를 내고 집을 정리하고 있다는 김아무개(55)씨는 “어차피 회사를 갈수도 없는데다, 가봐야 마음만 심란할 것 같아서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이런 피해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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