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쌀값을 내리지 않으면,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겠다.”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민간업체에 항공운임을 지원하겠다. 이달 말까지 들여오면 최고 20%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주겠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고자 각종 아이디어들을 짜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그 불똥이 농민들에게 튀면서 관련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대한곡물협회 등에 ‘물가안정 협조’ 공문을 보내, 시중 공급 쌀값을 3% 이상 내리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만 수확기 벼 매입자금 1000억원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곡종합처리장에 저리로 지원하는 수확기 벼 매입자금 규모는 올해 총 2900억원으로, 정부는 가격인하율에 따라 0~2%의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지역 한 미곡종합처리장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2년 이상 폭락했던 쌀값이 올해 들어 겨우 평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인데, 정부가 물가 잡기에 급급해 어려운 농업계와 농민 처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민간업체가 수입하는 냉장 삼겹살 1만t을 적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가격으로 긴급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냉장 삼겹살을 항공화물로 수입한 업체에는 항공 운임과 해상 운임의 차액을 전액 지원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업체들이 되도록 항공편을 이용해 서둘러 수입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7월 말까지 수입하면 항공운임의 20%, 8월10일까지 들여오면 10%의 인센티브를 더 주겠다는 당근까지 추가로 제시했다.

대한양돈협회는 21일 성명을 내어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돼지고기를 수입하고 판매이윤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최대 피해자인 국내 양돈업을 두번 죽이는 처사”라며 “소비자 정서 때문에 수입 돼지고기 취급을 꺼리던 대형 유통매장들도 이제는 떳떳하게 수입육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의 수입 돼지고기 취급률은 지난해 1~3%에서 올해는 20~30%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돼지고기 도맷값은 이날 1㎏에 6492원으로 지난해 7월 평균(4663원)보다 38.6% 높은 수준이나, 보름 사이에 15%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나 올랐기 때문에 물가안정 차원에서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농민과 함께 소비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설마 했는데…” 1천가구 대단지에 전세 1건뿐
■ 무상급식 반대 투표 “유권해석 받았다” 거짓말
■ 한상대, 제주 오피스텔 매매 새 의혹
■ “강남좌파 조국, 정치불신의 벽 못뚫는다”
■ “키 큰 여성이 암 잘 걸린다”
■ 스타벅스 커피 최악의 음식 톱10에 들어
■ 태어나 처음으로 쓴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