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가족요양보호사 남아무개(51·왼쪽)씨가 서울 마포구 대흥동 친정집에서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남씨 옆에는 1급 시각장애인인 어머니가 앉아 있다.
가족요양보호사 급여 내달부터 삭감…현장 가보니
급여는 절반이상 주는데
다른 돈벌이 할 여력 없어
“복지부가 현실 너무 몰라”
급여는 절반이상 주는데
다른 돈벌이 할 여력 없어
“복지부가 현실 너무 몰라”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더운 열기가 훅 끼쳐왔다.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11평짜리 집 안에는 1급 시각장애인 황남인(72)씨가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황씨 옆에는 1992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19년째 몸을 움직이지 못 하는 남편 남봉우(76)씨가 누워 있었다. 두 노인만 사는 이 집에는 매일 오후 딸 남아무개(51)씨가 찾아와 앞이 안 보이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 병수발을 들고 식사를 챙긴다.
딸 남씨는 가족요양보호사다. 가족요양보호사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부모나 배우자 등 자신의 가족을 돌보고 급여를 받는 이를 말한다. 남씨네 집 한달 수입은 지난 2009년부터 다달이 받아온 방문요양 급여 45만원과 남씨가 낮 동안 장애인 활동 보조인으로 일하면서 번 돈 90여만원을 합한 135만원이 전부다. 남편이 있지만 사업 실패 뒤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직장에 다니는 20대 자녀 둘은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생활비를 보탤 여력이 안 된다. 게다가 빚까지 1억3500만원이 있어 매달 이자를 갚는 데만 53만원씩 들어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씨에게는 최근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가족요양보호사 관련 규정을 바꾸면서 다음달부터 방문요양 급여가 절반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가족요양보호사 방문요양 급여 1일 비용 청구시간을 기존 90분에서 60분으로, 한달 최대 31일에서 20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남씨의 방문요양 급여는 4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든다. 남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정말 막막하다”며 “이럴 거면 처음부터 돈을 주지 말지 이제 와서 축소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족요양보호사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로 요양서비스를 하지 않고 돈만 타내는 부정수급자가 많았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치매로 인한 폭력성을 보이거나 65살 이상인 배우자가 요양보호사인 경우에는 기존처럼 비용 청구시간을 90분으로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족요양보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고 있는 가족요양보호사 송아무개(60)씨는 “24시간 돌봐야 하는 남편 때문에 다른 일도 못 하고 방문요양 급여만 가지고 생활해왔는데 갑자기 비용을 줄이면 생활은 어떻게 하느냐”며 “65살 이하인 사람들이 자식 교육비 등으로 오히려 살림이 더 빠듯한데 65살 이상만으로 예외규정을 둔 것도 현실을 잘 모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뇌병변 2급 장애 시아버지를 모시는 가족요양보호사 김아무개(37)씨도 “이미 3월부터 부당청구를 막기 위한 재가급여 전자관리시스템(RFID)이 도입됐기 때문에 부정수급은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애초 이 제도는 아픈 가족을 모시면서 제대로 된 직장도 다니지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 보조금 성격으로 도입된 것인데 이를 줄이는 것은 복지의 후퇴”라고 말했다.
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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