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81)씨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씨 심장마비 위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82)씨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19일 현재 의식이 없고, 매우 위독한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 18일 밤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집에서 심장 박동이 갑자기 멎으며 쓰러졌다. 이씨와 함께 살던 아들 전태삼(61)씨가 이씨를 발견한 뒤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이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송 도중 긴급 심폐소생술로 이씨의 심장박동은 30분 만에 돌아왔지만 자가 호흡은 불가능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의식이 없고 많이 위중하다”며 “이틀 정도 지켜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씨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 머물고 있는 박계현(52)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심장이 일시적으로 멎었기 때문에 뇌나 심장 등에 손상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체온을 34도까지 낮추는 저체온 수면요법을 실시하고 있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저체온 수면요법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뇌와 장기들을 안정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달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신영록 선수에게도 쓰인 방법이다. 응급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이씨는 절대 안정이 필요해 면회가 금지되다가 19일 저녁 7시께부터 30분 동안 가족과 지인들 일부에게만 면회가 허용됐다.
이날 오후 6시께 중환자실 앞에는 딸 전순옥 박사, 장기표 전태일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바보회(전태일 열사가 만든 노동자 친목 모임) 식구들 20여명이 면회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7시가 되자 면회객들은 서너명씩 병실 안으로 들어가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산소호흡기를 입에 댄 채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이씨와 유가협 활동을 함께 해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70)씨는 전순옥 박사의 손을 붙잡고 “엄마 괜찮다. 어제 잘 지내시고 여긴 잠깐 오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했다. 송기역 전태일재단 기획실장도 “평소에 호탕하시고 워낙 의지가 강하신 분인 만큼 금방 털고 일어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병원을 찾아 “장맛비 때문에 점심을 함께 못 먹었는데, 얼른 완치되셔야 될 텐데”라며 이씨의 쾌유를 빌었고, 이수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과 김영훈 현 위원장도 병문안을 다녀갔다.
이씨는 평소 당뇨, 고혈압 등의 지병과 노환으로 움직임이 불편해 집 밖 출입은 어려웠으나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특별한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날 낮 창신동 집과 5분 거리에 있는 유가협 살림터를 찾아가 회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저녁 8시께 집으로 돌아와 의식을 잃었다. 박재민 유가협 사무국장은 “이날 살림터에서 원로 회원들과 오랜만에 만나 수박도 나눠 드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며 “지난번 2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을 방문하려다 건강상의 이유로 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3차 희망버스를 탈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가협 창립회장으로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다. 1989년 유가협 회원들과 함께 135일 동안 의문사 진상 규명 농성, 1998년에는 의문사 진상 규명 및 명예회복법 제정을 위한 422일 동안의 천막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씨는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를 잃은 뒤부터 노동운동의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방문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도 불려왔다.
송채경화 박태우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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