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개인정보 보호’ 토론회
“서비스 가입때 위험성 경고해야
본인정보 삭제요구권 활성화를”
“서비스 가입때 위험성 경고해야
본인정보 삭제요구권 활성화를”
지난해 12월 2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한 낯선 남자로부터 “예쁘시네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카카오톡에서 김씨의 사진을 보고 보낸 메시지였다. 김씨가 별 생각 없이 “감사하다”라는 답글을 보내자 이후 그 남자는 김씨에게 일방적으로 음담패설과 음란사진·동영상 등을 보냈다. 참다못한 김씨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 남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1년 반 동안 20차례 이상 빈집털이를 한 사건도 있었다. 범인은 페이스북에 “가족여행을 떠나 집을 비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놓은 사람의 집만 골라 도둑질하다 덜미를 잡혔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등 개인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중화하면서,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나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 페이스북 등에 올려놓은 사생활과 관련한 글이 문제가 돼 입사 면접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 온라인상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개인정보가 누리꾼들의 ‘신상털기’에 악용돼 특정 개인의 과거사가 속속들이 까발려지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 대중화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인권교육센터에서 ‘신상털기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의 사생활 보호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이창범 한국법률문화연구원장은 “에스엔에스의 특징이 개인정보의 공유에 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보 공개에 대한 제도적인 제약이 불가능하다면 의약품, 담배, 위험 제조물 등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가입시 그 위험성이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경고하도록 하고, 댓글을 쓰거나 정보 공개를 결정할 때에도 위험사례를 구체적으로 경고하도록 ‘경고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에스엔에스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하기보다는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지나친 규제는 에스엔에스 고유의 혜택과 장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정보삭제요구권이나 온라인 상에서 과거를 숨길 수 있는 ‘잊혀질 권리’ 등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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