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증절차 생략 ‘동등성 법제화’ 추진에 농민단체 등 반발
정부가 외국에서 인증된 수입 유기식품에 대해 국내에서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기식품으로 인증하는 법개정을 추진해, 농민단체들이 “걸음마 단계의 국내 유기농산업을 좌초시키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환농연)를 비롯한 농민단체들과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2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식품부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친환경농업 및 유기식품인증에 관한 법률에 들어 있는 유기식품에 대한 ‘동등성 조항’을 삭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동등성이란 미국과 한국에서 각기 발급받은 유기식품 인증을 상대국 정부도 그대로 인정하는 국제통상 개념이다.
조현선 환농연 회장은 “우리 유기농산물이 전체의 0.8%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유기식품이 거의 없는데, 미국 등의 통상압력에 밀려 친환경 시장마저 내줄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국친환경농산물가공생산자협회 김병수 정책위원장은 “동등성 법제화는 미국과 국내 대기업들만 좋고 우리 농민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며 “동등하게 시장을 개방하겠다면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농민 지원책을 먼저 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국내 유기식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농산물 원료의 84%를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김응본 농식품부 소비안전정책과장은 “지금은 외국기관의 인증이 있을 경우 유기식품으로 표시만 할 수 있도록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며 “동등성이 인정되면 인증기관을 지금의 339곳에서 100곳 이하로 줄이는 엄격한 관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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