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익(57) 전 <문화방송>(MBC) 논설위원
‘논평’ 묶어 책 펴낸 최용익 전 문화방송 논설위원
MB정부에 ‘쓴소리’ 하다 편성직 발령 “중도하차한 이유 검증받고 싶어”
MB정부에 ‘쓴소리’ 하다 편성직 발령 “중도하차한 이유 검증받고 싶어”
“5공 때 티브이 화면에 마이크 들고 얼굴 내미는 것이 치욕스러웠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 방송이 다시 3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방송논평들을 주제별로 묶어 (커뮤니케이션북스) 책을 내놓은 최용익(57·사진) 전 <문화방송>(MBC) 논설위원은 9일 이명박 정권의 5공식 방송통제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얻어낸 방송의 민주화를 급격하게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위원은 1981년 문화방송 기자로 입사해 유럽특파원을 거쳐 <100분 토론>과 <미디어 비평> 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방송송출을 담당하는 티브이 주조정실에서 일하고 있다.
책을 낸 가장 큰 동기에 대해 그는 “왜 이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논설위원 직에서 중도하차해 편성직으로 발령이 났는지 독자를 통해 공정하게 검증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논평의 주제는 ‘정권 홍보기구로 전락한 방통위’ ‘누구를 위한 종편 퍼주기인가?’ ‘케이비에스 수신료 인상 역풍 부른다’ ‘비정규직 증가와 민주화 20년’ ‘쌍용차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등이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및 노동정책에 주로 초점을 맞춰 직설을 날리고 있다.
조중동 종편의 출범에 대해서도 그는 미디어 생태계가 크게 혼탁해질 것을 우려한다. 미디어 비평 팀장 때부터 언론이 제4부의 권력이고 특히 조중동은 권력집단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조중동이 장악하여 왜곡시킨 사회의 담론과 공론장을 다양화하고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언론계의 고질적 악습이 불신을 부른다는 점에서 언론의 상호 비판, 감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의 라디오 논평을 놓고 진의를 파악하느라고 시끄러웠다고 한다. 그는 “최시중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을 거론한 날, 논설위원실에서 논평으로 한번 다루자고 한 것인데 한국방송은 마치 문화방송의 전사적 대응 차원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이 당시 엄기영 사장에게 연락했었다”고 전했다.
공영인가 민영인가, 문화방송의 정체성을 두고 빚어지는 사회적 혼선에도 그는 할 말이 적지 않았다. 문화방송은 소유체제를 보면 공영 성격이 강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민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정부가 나서 문화방송을 온전한 공영방송으로 만들고 대우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문화방송의 소유지분은 방송문화진흥위원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를 갖고 있는데 정수장학회 지분을 국고로 환수하고 수신료도 규모에 맞게 문화방송에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이면 정년 퇴직이지만 문화방송의 미래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 현장기자와 피디 등 후배들에게 독일 나치에 맞서 싸웠던 레지스탕스 대원 스테판 에셀이 펴낸 책 <분노하라>를 언급하며 부당한 압력엔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30년 전 방송생활은 지옥이었다. 방송을 정권 찬양일색으로 만들어간다면 언론이 왜 필요하냐”면서 “방송사가 제대로 된 보도와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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