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하하호호 작업실전’ 여는 최호철·유승하 부부
8일 저녁 6시, 부부는 전시장 문을 닫고 골목길을 빠져나와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며칠째 반복해온 일이다. 광장에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며 거리로 나온 청년들과 이들을 막아선 비슷한 또래의 경찰들이 가득하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진 집회에서 40대 부부는 조용히 앉아 촛불을 들었다. 만화가 유승하(43·사진 왼쪽)·최호철(45·오른쪽) 부부다.
지난 5일 남편 최씨는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뒤 스케치북을 꺼내 그날의 풍경을 슥슥 그렸다.(아래 사진) 등록금 투쟁에 나선 청년들보다 더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선 앳된 전의경들이 눈에 밟혔다. 연필로 그릴 때는 구분이 안가던 군중이지만 색을 입히자 학생과 경찰이 뚜렷이 나뉘었다. ‘도로점거 할까봐 도로점거한 경찰’이란 글귀를 그림 한쪽에 써넣었다. 최씨는 2008년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이 타올랐던 광화문을 그림으로 남겼다.
최씨는 “비싼 등록금이 얼마나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지 매일 실감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지방 소재 2년제 대학에는 매일같이 아르바이트를 해도 학비를 내고나면 차비조차 없어 외출은 엄두조차 못 내는 학생들도 있다”며 “만일 내 제자들이 학자금 대출로 몇천만원의 빚을 지고 졸업하게 된다면 만화가 수입으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방대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건수는 서울 학생들의 두 배를 넘는다.
공교롭게도 이 부부는 광화문에서 전시회를 여는 중이다. 지난 3일부터 27일까지 광화문 광장 인근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결혼 15년만의 첫 부부 전시회 ‘하하호호 작업실전’을 열고 있다. <을지로순환선>, <태일이> 등 골목길 사람들의 작은 표정까지 꼼꼼하게 살리는 그림으로 잘 알려진 최씨와 지난달까지 <한겨레> ‘사이사이’ 코너를 통해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일상의 풍경을 담담하고 굵게 표현한 부인 유씨의 그림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
각각 홍익대와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두 사람은 대학시절 민중미술운동에 참여하며 사랑을 키웠다. “20대 때는 내가 안하면 큰 일 날 것 같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민중미술을 했어요. 40대가 된 지금은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고 그들과 함께하면 된다는 생각에 여유가 생겼죠. 좀더 나다운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꿈입니다.”
갈수록 ‘공간’에 집중하게 된다는 최씨는 ‘사람 사는 마을’을 기록하는 ‘동네작가’를 꿈꾸고 있다. 여성·아동·환경·소수자 인권 등에 관심을 기울여온 유씨는 ‘소소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남길 원한다. 당분간 부부의 꿈은 ‘한달간 광화문에서 즐겁게 전시하고 참여하기’다.
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