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여드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학교 오연천 총장(맨 앞 서류 든 이)이 6일 오후 학생들과의 토론회에 참석하려고 보직 교수들과 함께 본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농성중인 학생들은 오 총장과 교수들이 지나가는 본관 들머리부터 4층 회의장까지 인간띠를 만들고 법인화설립준비위 해체를 요구하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학본부-총학생회 첫 공식토론서 입장차 재확인
학생들 “법인화법 폐기를”…학교 “부적절한 요구”
학생들 “법인화법 폐기를”…학교 “부적절한 요구”
서울대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6일 법인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공식 토론회를 열었다. 양쪽 모두 토론에 진지하게 나섰지만,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학생들은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학교 쪽이 보여준 절차적 민주주의의 결여와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법인화법 폐기,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한 반면 대학본부 쪽은 법적인 근거를 들어 법인화 추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법인화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행정관(대학본부)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 지 8일 만에 이뤄진 토론회에서 양쪽이 입장차만 재확인함에 따라, 점거농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후 2시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질문을 하고 대학본부 관계자들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2시간40분가량 이어졌다. 대학본부 쪽에서는 오연천 총장을 비롯해 전·현직 보직교수와 단과대학장 등 19명, 총학생회 쪽에서는 이지윤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40여명이 참석했다.
총학생회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법인화가 추진됐고 평의원회는 전혀 교직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대학본부 쪽에 첫 질문을 던졌다. 대학본부 쪽에서는 박성현 전 평의원회 의장이 나서 “설문조사와 공청회 형태로 교직원들은 70~80%가 응답했고 학생들은 1천명 정도가 참여했다”며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법인화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질문은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법안이 통과됐는데 왜 학교는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느냐”였다. 이에 대해 박삼옥 평의원회 의장은 “재정지원을 확실히 명시했고 국유재산 무상양여, 재정 확충을 위한 조세특례 적용, 공무원연금 적용과 교직원 신분 보장, 기초학문 육성 등 원안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평의원회에서 법인화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설립준비위 구성 과정에서 왜 의견 수렴이 없었느냐”라는 이아로미 인문대 학생회장의 질문에, 오연천 총장은 “법인설립준비위는 경륜 있는 분들이 모인 상징적인 자리라 학생이 참여해도 역할에 의미가 없다고 봤다”며 “학생들에게는 실제 정관과 학칙을 결정하는 실행위원회의 학생분과위 등에 참여해주길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총학생회는 대학본부 쪽에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해체 의사를 물었지만, 대학 본부는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법인화법과 관련해서는 총학생회 쪽이 “국회와 정부에 폐기 요청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원우 학생부처장은 “폐기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학래 학생처장과 임두헌 부총학생회장은 다음 대화 일정과 방식에 대해 계속 조율해나가기로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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