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가명)씨.
하씨와 함께 숨진 김민수(가명)씨
경남 거창군 거창읍 김창식(가명)씨의 1남2녀 가운데 막내 외아들로 태어났다. 거창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2m 가까운 큰 키 때문에 방위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토목구조기술사 자격증을 따 전국 곳곳의 공사현장을 누볐다. 나이 마흔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아 노모를 안타깝게 했다.
일하는 현장이 어디건 김씨는 2주에 한 번씩 노모를 찾아 집에 왔다. 금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몇 시간씩 차를 몰아 토요일 새벽이면 집에 도착했다. 올해 초 경북 의성 낙동강 32공구 하청업체 영광건설 소속으로 일을 시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매번 “걱정 말고 주무시라”고 말했지만, 노모는 잠자리에 들지 못한 채 꾸벅꾸벅 졸며 아들을 기다렸다. 대대로 살아온 방 3칸짜리 작은 시골집은 아들이 오면 꽉 찼다.
김씨의 아버지도 공사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불도저를 몰던 아버지는 10여년 전 집으로 돌아와 큰집의 사과 과수원을 부쳤다. 5년 전 여름 아버지는 마을 길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덤프트럭에 치였고, 병원에 9개월 동안 누워 있다 세상을 떴다.
지난 4월16일 낮 12시17분 김씨는 하씨와 함께 낙동강 32공구 낙단보 소수력발전소 지붕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점검하던 중 바닥이 무너져 추락해 숨졌다. 김씨는 다음날 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집에 올 계획이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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