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건비 줄인 버스 회사에 가산점 줬더니
일부 회사 징계 빌미로 월급 깎아
회사쪽 “물질적 피해 줘야 반응”
서울시 “가산점 제도와 상관없어”
회사쪽 “물질적 피해 줘야 반응”
서울시 “가산점 제도와 상관없어”
서울 ㅈ운수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 은현기(41)씨는 지난달 송파구 석촌동에서 버스를 몰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던 노인을 가볍게 치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이 사고로 은씨는 회사에서 승무정지 9일과 ‘비고정’ 기사로 전출되는 징계를 받았다. 게다가 그달치 월급도 100만원 넘게 깎여 평소 월급의 절반가량을 받았다.
은씨는 “무단횡단 사고를 이유로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할 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회사가 만근제를 악용해 운전기사들의 인건비를 무리하게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만근제는 버스 운전기사가 한 달 단위로 정해진 근로일수를 채워야만 회사가 무사고수당·연차수당·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은씨는 9일 동안 승무정지를 당하면서 ㅈ운수의 만근 일수인 22일을 못 채우는 바람에 기본급을 포함해 100만원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이 회사에는 은씨처럼 승무정지 징계를 받아 월급이 대폭 삭감된 버스기사가 올해 들어서만 19명이나 된다. 이런 ‘불이익’이 뻔한 상황이라 사고를 낸 버스기사가 회사에 알리지 않고 개인 돈으로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물어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ㅈ운수 관계자는 “2007년부터 승무정지 제도를 폐지했다가 최근 사고가 잦아 올해부터 다시 도입했다”며 “기사들에게 어느 정도의 물질적 피해를 줘야 반응이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스기사들은 서울시의 ‘시내버스 운전직 인건비 절약 가산점 제도’가 버스회사의 무리한 징계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이 제도는 운전자의 인건비를 많이 줄인 버스회사에 지원금을 더 주는 제도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시작된 2004년부터 시행돼 왔다.
이태주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서울시의 인건비 절약 가산점 제도 때문에 일부 회사에서 승무정지를 남용하거나 호봉이 높은 운전자에게 사표를 내게 한 뒤 재입사를 시키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며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서울시가 지난해 인건비 절약에 대한 인센티브 기준을 낮추고 장기근속자 가산점 제도를 신설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버스기사도 “우리 회사에는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가 10%도 안 된다”며 “어차피 같은 일을 하는데 호봉이 높으면 인건비만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퇴직 뒤) 재입사를 강요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오혁 서울시 버스관리과장은 “승무정지로 인한 인건비 절감 효과는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서울시의 인건비 절약 가산점 제도와 승무정지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사표 뒤 재입사도 운전자와 회사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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