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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문화시대 모르는 인터넷 인종차별

등록 2011-05-09 20:26

다문화시대 모르는 인터넷 인종차별
다문화시대 모르는 인터넷 인종차별
인권위, 한달간 210건 사례 수집
이주노동자 비하·순혈주의 심각
“정부·포털서 규제 나서야” 권고
“G20회의장 무슬림 접근금지”
“동남아 마약상 같은 연예인”

“주요 20개국(G20) 회의장 반경 2㎞ 이내에 무슬림 애들 접근금지시켜야 한다. 혹시나 모를 테러를 대비해서 접근시 전원 사살해버려라.”

“외국 여자와의 국제결혼을 부추겨서 농촌에는 혼혈아들이 엄청나게 태어나고 있고, 이것은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에이즈나 성병 등의 정보가 전혀 없다. 이들은 범법자다. 체류 외국인으로서 기본적인 체류의 법을 어긴 준법정신의 기초가 심히 의심스러운 자들이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이나 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한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인터넷 공개 블로그, 이미지, 댓글, 동영상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모두 210건의 인종차별 사례를 수집했다고 9일 밝혔다.

혼혈인의 증가를 막기 위해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등의 순혈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나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내용 등이 특히 많았다. 인종차별로 지적된 사례 가운데는 지상파 방송에서 얼굴 생김새나 피부색 등을 이유로 특정 지역 외국인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가수 황보의 외모를 빗대 ‘동남아 스타일’이라고 하거나 영화배우 이선균의 머리 모양을 두고 ‘동남아 마약 판매상’이라는 자막을 쓴 것이 인터넷상에 그대로 올라와 있다. 한 인터넷 매체는 한 방송 출연자가 피부를 그을린 뒤 자신의 미니홈피에 “저 아프리카 흑인 아닙니다”라고 올린 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외국인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을 개선하는 방안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사회 의장에게는 인터넷상으로 인종차별을 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표현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문화적 다양성과 인종 간의 이해 증진을 위한 정부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간영역에서도 인터넷 포털사들이 인종차별적 표현물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이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이해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우리 정부에 대해 교육·문화·정보 등의 분야에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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