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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조선족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꿈★은 이뤄집니다

등록 2011-05-08 19:30수정 2011-05-08 22:30

김윤배 포스텍 연구원
김윤배 포스텍 연구원
정 할머니 고향 울릉도행 도우려
모금운동 제안한 ‘아고라’ 청원
“동북아역사 아픔담은 귀향될 것”
연변 거주 정옥분 할머니 귀향 모금 나선 김윤배 포스텍 연구원

“조선족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세요.”

올해 여든여덟인 조선족 정옥분 할머니. “죽기 전에 꼭 한번이라도 고향 울릉도에 가보고 싶다”는 정 할머니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한 과학자가 앞장을 서고, 누리꾼들이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 할머니의 고향 방문을 위한 모금 운동을 처음 제안한 이는 김윤배(41·사진) 포스텍 해양대학원 책임연구원. 김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정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달라’ 는 제목으로 모금운동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정옥분 할머니
정옥분 할머니
“할머니가 고령인데도 쉬는 날도 없이 일하느라 고향 갈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김 연구원과 정 할머니의 인연은 지난 1월 시작됐다. 지난해 동북아평화연대가 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돕기 위해 고려인들이 담근 된장을 구매하는 운동을 벌인 게 계기가 됐다. 김 연구원은 한 잡지 기사를 통해 사연을 알고 있었던 정 할머니를 위해 된장 1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김 연구원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동북아평화연대는 지난 1월 정 할머니를 찾아가 된장과 함께 약간의 성금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고향에 가고 싶다”는 정 할머니의 소원을 듣게 된 동북아평화연대가 김 연구원에게 할머니를 한국으로 초청하자고 제안했고, 김 연구원이 흔쾌히 받아들여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정 할머니는 16살 때 부모를 따라 간도로 갔다가 중국인과 결혼해 현재 지린성 화룡시 룡남촌에 살고 있다.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때 두만강을 건너온 우리 동포들이 중국 땅에 처음 세운 마을이다. 김 연구원은 “정 할머니의 남편이 한국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다”며 “동북아 역사가 개인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귀향의 의미는 더 크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과 동북아평화연대는 모금 진행 과정이 순조로우면 다음달 10일께 정 할머니를 한국에 초청할 예정이다. 딸과 함께 2주 정도 한국에 머물게 될 정 할머니는 울릉도를 방문해 친척과 친구를 만나고, 독도도 방문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정 할머니의 귀향을 계기로 ‘동북아·환동해 지역의 역사와 이주 및 교류’와 관련한 심포지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할머니의 개인사를 통해 동북아·환동해와 관련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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