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가 후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가로 뽑힌 유호근(왼쪽)씨와 유영석(오른쪽)씨가 6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제공
아름다운가게 ‘사회적 기업’ 지원대상 4명 선정
유호근씨 “한국형 몬드라곤…소비가 마을복지로
”인터넷 모금모델 ‘보답이 돌아오는 후원’도 눈길
유호근씨 “한국형 몬드라곤…소비가 마을복지로
”인터넷 모금모델 ‘보답이 돌아오는 후원’도 눈길
“도시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건 모든 어려움을 혼자서만 견뎌야 하기 때문이죠.”
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아름다운가게에서 만난 유호근(36)씨는 ‘한국의 몬드라곤’을 꿈꾸고 있다. 몬드라곤은 1956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서 석유난로공장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이다. 지금은 255개 사업체를 거느린, 스페인에서 7번째 가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1만5천명에 가까운 신규 고용을 창출해 대안적인 기업 모델로 새삼 주목받았다.
유씨는 “몬드라곤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시형 소비공동체의 성격에 맞는 협동조합을 구성해 카페·안경점·정육점·슈퍼마켓 등 다양한 유형의 생활업종을 망라하는 희망가게 10개를 만드는 것이 3년 동안의 목표”라고 말했다. “소비가 마을의 복지로 이어지는 마을 공동체를 통해 도시인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유씨의 사업 모델은 지난 2일 아름다운가게의 ‘뷰티풀 펠로’ 지원 대상에 뽑혔다. 아름다운가게가 예비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후원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모두 72명의 도전자가 원서를 냈고, 그 가운데 4명이 최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름다운가게는 이들 4명이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앞으로 2~3년 동안 다달이 생활비 150만원씩을 지급하고 해외연수 등을 지원을 할 예정이다.
유씨의 경우엔 2004년부터 서울 동작구의 마을 공동체인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 사무국장직을 맡아 지역운동을 해온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 마을에는 이미 지역주민 20명이 300만원씩 출자해 만든 마을카페 ‘사이시옷’과 목공방 ‘성대골별난공작소’ 등 희망가게 2곳이 운영되고 있다. 유씨는 “희망가게를 더 늘려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일자리와 문화공간을 만들고 지역복지기금을 적립하는 등 지역순환형 경제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가 4명 가운데 또 한 사람인 유영석(31)씨는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모금 모델을 만들었다. 후원금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유영석씨가 만든 사이트인 ‘업스타트’(www.upstart.kr)에 올려놓으면, 후원자가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골라 지원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답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독립영화 제작자가 후원을 요청하면 후원자들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영화 관람권을 받거나 제작진 명단에 후원자의 이름을 올리는 식이다. 또 아이폰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경우에도 사이트에 모델을 먼저 올려본 뒤 반응을 살펴보는 등 시장조사의 기능도 할 수 있다.
업스타트는 유엔(UN) 우주사무국 재난관리팀에서 모금 일을 했고, 메릴린치 서울사무소에서도 근무했던 유영석씨가 모금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후원자에게도 대가가 돌아가는 방식을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유영석씨는 “모금을 많이 받은 프로젝트가 그렇지 못한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방식도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형 모금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뷰티풀 펠로에는 이 두 사람 말고도 전국 각지의 학생들에게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 ‘공부의 신’의 대표 강성태(29)씨와 사회적 기업을 통해 농촌 되살리기 사업을 벌이고자 하는 진재선(45)씨가 뽑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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