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프간 여행제한국 지정”
선교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납치·살해된 샘물교회 소속 자원봉사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재판장 정일연)는 고인이 된 샘물교회 심아무개씨 유족이 “아프간 여행객에게 직접 위험을 알리거나, 위험국가로 나가는 국민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하지 않는 등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심씨가 출국하기 전부터 여행경보제도를 운영하며 아프가니스탄을 3단계 여행 제한국으로 지정하는 등 여행 취소와 연기를 권고하고, 인터넷과 언론 매체를 통해 꾸준히 아프간의 불안한 정세와 탈레반의 테러 가능성 등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물적·인적 자원의 한계상 아프가니스탄 여행객들에게 직접 그 위험을 알리거나 출국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심씨 등이 출국 당시 인천국제공항의 ‘아프간 여행 자제 요망’이라는 안내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심씨도 여행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이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정부대책반의 협상이 잘못됐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가 탈레반의 요구사항 등 협상 진행상황을 알리지 않았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랍 이틀 뒤 대통령이 미국 <시엔엔>(CNN) 방송을 통해 인질 무사석방을 요청하는 긴급 메시지를 발표했다”며 “심씨를 제외한 피랍자 21명이 모두 석방된 점을 볼 때 국가가 피랍자 석방을 위해 상당하고 적절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심씨를 포함한 분당 샘물교회 신도 23명은 2007년 7월19일 아프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으며, 이후 심씨와 배형규 목사 등 두명이 살해됐고 나머지 21명은 억류 42일 만에 풀려났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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