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티론이 19일 오전 인천 서구 당하동의 한 공장에서 의족을 보여주며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복지부, 제도개선 권고 ‘외면’
2009년 12월 경기도 김포에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일하던 티론(34)은 공장장의 지시로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갔다. 컨베이어 벨트에 쓰레기가 끼어 작동이 멈췄기 때문이다. 티론은 벨트 위에서 쓰레기를 치우다 기름에 미끄러져 바로 아래에 있던 쓰레기 분쇄기에 다리가 빨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티론은 오른쪽 허벅지 아래를 잘라내야 했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티론은 앞길이 막막했다. 그사이 공장은 문을 닫아버렸다. 티론은 지난해 10월 인천 검단4동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등록과 복지카드 발급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반려됐다. 외국인에 대한 장애인 등록 규정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리랑카에 아내와 세 딸을 둔 티론은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수십곳의 공장 문을 두드려 겨우 한 공장에 취업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달 87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온 라자(34)도 2007년 경남 거창의 목재공장에서 일하다 톱밥 파쇄기에 손이 말려들어가 왼쪽 팔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라자는 사고 뒤 공포감과 악몽에 시달리고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았다. 라자는 “파키스탄에는 절도범의 팔을 자르는 형벌이 있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면 도둑놈 취급을 당해 일을 구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다시 일하고 싶지만 장애인 등록조차 되지 않아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장애인 등록에 애쓰는 까닭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정부로부터 장애인고용촉진 장려금을 받을 수 있어,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 티론은 “한국인이 꺼려하는 위험한 일을 하다가 장애인이 됐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이 안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장애인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티론의 상담을 맡은 서울시외국인근로자센터의 최정규 상담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 2009년 한해에 생겨난 재해자 수만 5000명이 넘는다”며 “한국인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온 이들에게 장애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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