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상 증여…몰수 정당”
친일인사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성에게 매매 형식으로 넘긴 재산이, 후손들에게 사실상의 증여가 이뤄진 ‘친일재산’이라면 국가가 몰수하는 게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재판장 서태환)는 민영휘의 후손들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일대 959㎡의 땅은 거래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증여재산이 아니다”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친일재산 국가귀속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영휘는 한일합병에 협력한 공으로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친일반민족행위자”라며 “민영휘가 매매를 통해 안아무개씨에게 해당 부동산을 넘겼다 하더라도, 매매 당시 안씨와 같은 집에서 생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재산분배를 목적으로 한 증여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안씨는 1910년 민영휘의 호적에 첩으로 입적돼 50년간 함께 살며 세 명의 아들을 낳았다.
또 민영휘 후손들의 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해선 “친일재산을 환수하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워야 할 공익적 필요성은 중대한 반면, 후손들이 입는 불이익은 원래 소유해서는 안 될 친일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영휘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안씨가 1930년 매매를 통해 이 땅의 소유권을 얻은 뒤, 1936년 민씨의 후손들이 공동상속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이 부동산이 민영휘가 증여한 재산으로 인정된다며 국가 귀속 결정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민영휘 후손 19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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