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비 시간당 30만원에 교수 생일·명절도 챙겨야
미술재료비 부담도 버거워…돈 없어 진학포기자 속출
중·고교부터 ‘고비용’ 부담
미술재료비 부담도 버거워…돈 없어 진학포기자 속출
중·고교부터 ‘고비용’ 부담
예술 교육비에 허리 휜다
“돈 없으면 음악, 미술 공부시키지 마라”는 말은 하루 이틀 들어온 얘기가 아니다. 자식을 예술가로 키우려다가 패가망신하는 일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예술 교육의 ‘고비용 구조’는 뿌리가 깊다.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다른 단과대에 비해 교육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는 예술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 고액 등록금에 레슨비까지… 서울의 한 사립대 피아노학과 4학년생의 엄마인 임아무개씨는 딸의 교육비만 생각하면 한숨이 그치지 않는다. 20여년 전 남편과 헤어져 홀로 딸을 키워온 그는 2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한 달에 3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지만, 이 돈으로 한 학기에 500만원이 넘는 딸의 등록금과 추가로 들어가는 레슨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임씨는 “등록금을 제외한 개인 레슨비가 시간당 30만원인데, 일주일에 학기 중에는 1번, 정기 고사 때는 2번, 방학 중에는 2~3번은 필수적으로 레슨을 받아야 한다”며 “교수의 생일이나 연주회, 명절 때는 50만원씩 더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등록금까지 포함하면 자녀 교육비에만 1년에 3500만원 가까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는 “딸 친구네 집은 패물을 팔아 딸 교육비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는데, 결국 운영하던 가전제품 사업을 접고 노점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ㄱ대 바이올린과를 졸업한 김아무개(24)씨는 등록금 때문에 아예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김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레슨비를 벌었다”며 “패스트푸드점에서 2주 동안 일하면 한 시간 레슨비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한 학기 등록금 640만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했지만, 대학원 등록금은 800만원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 비싼 등록금에 재료비까지 이중부담 미술대의 교육비 사정도 음대와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대학 조소과에 다니는 이아무개(24)씨는 “미대는 등록금이 한 학기에 470만원 정도로 비싼데다 재료비까지 들어 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힘들어했다. 조소과에서 많이 쓰는 절단기·망치 등 공구 비용이나 찰흙·석고 비용, 영상 사진 작업에 들어가는 사진 인화비 등을 합하면 한 학기에 이씨가 내야 하는 재료비만 60여만원 수준이다. 이씨는 “주말 아르바이트만 해선 등록금과 재료비,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학생들이 휴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는 김아무개(23)씨도 생활비와 450여만원의 한 학기 등록금, 100만원 안팎의 재료비를 벌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방에서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대학생인 동생과 김씨의 학비와 생활비 전부를 대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업에서 주는 외부 장학금도 알아봤지만 예술 전공자들은 아예 장학금 신청 자격이 안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미술을 하는 학생들이 모두 부자거나 여유가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힘들게 생활하는 예술대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예중·고부터 시작되는 고비용 예술 교육 예술 교육의 ‘고비용 구조’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최근 학교 앞에서 만난 ㅅ예고 학생들은 “수업료 외에도 일주일에 한두번 있는 실기 레슨비로 시간당 15만~20만원을 낸다”고 말했다. 이 학교 규칙대로라면 실기 레슨비는 시간당 2만원이다. 실기 레슨을 일주일에 한번만 받는다고 쳐도 1년에 700여만원이 드는 레슨비와 수업료, 실기지도비 500만원을 합치면 이 학교 학생들은 한해 1200여만원을 교육비로 쓴다. 여기에 수능준비를 위한 사교육비까지 합치면 수천만원의 교육비가 들어간다.
2007년에는 국감을 통해 이 학교 음악전공 실기 강사들이 수억원대의 이중레슨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최보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은 “ㅅ예고 관계자들은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이 중 레슨비를 받은 강사들에게는 소득세만 부과했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묻히고 세계적인 예술가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박태우 박보미 기자 khsong@hani.co.kr
예술대 잔혹사 “등록금·교습비만 한해 3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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