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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산물시장 발길 뚝 끊겨

등록 2011-03-29 21:44수정 2011-03-30 20:25

일본산 아니어도 주부들 소비 꺼려
국내서도 먹거리 불안감 확산

괜스레 바닥에 물을 끼얹고, 진열된 생선의 위치를 바꾼다. 하지만 손질한 생선이 없으니, 쓸려나가는 것도 없다. 가게에는 주인도 손님도 없다. 상인들은 가게를 버려두고 서너명씩 모여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29일 낮 ‘호객소리’가 사라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은 적막했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일본 앞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산물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쓰나미 이전에 들어온 생선이라고 해도 손님들이 쳐다도 안 보니 꺼내 놓지도 않아요.”

해가 중천을 넘어섰는데도 ‘도마에 물조차 못 묻힌’ 가게가 태반이다. 손님이 없어 옆 가게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는 ㅎ상사 주인은 “이 시간이면 회 떠주고 10만원은 받았어야 하는데 칼도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 판매량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16년째 생선도매업을 하는 전아무개(53)씨는 “예전 같으면 주꾸미가 불티나게 팔릴 때인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값이 20~30%가량 떨어졌다”며 “재래시장 안 된다고 해도 노량진은 다른데, 완전 위축돼 버렸다”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김병태 과장은 “일본산 생태 경매가격이 지진 이전엔 12㎏ 한 상자당 5만5000원이었는데, 어제는 4만3000원까지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서울역 롯데마트 입구에는 ‘통큰 창립 13주년 노르웨이산 고등어’라는 전단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수산코너에는 1마리 2300원짜리 노르웨이산 왕고등어 매대가 따로 마련됐다. 판매자는 ‘청정해역 노르웨이산 고등어’라고 강조한다. 일본산 외에 다른 생선은 팔리냐는 질문에 현장판매 직원은 “그래서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산 고등어 자반 매대 위에는 ‘2010년 11~12월에 어획된 고등어입니다. 지진이나 방사능과 전혀 상관없는 상품입니다’라는 표지가 곳곳에 나붙었다. 러시아산 동태 위에는 ‘일본산 생태는 판매를 잠정 중단하며 동태로 대체 판매합니다’라는 푯말을 꽂아 놓았다.

국내산 수산물은 안심해도 된다는 발표에도 소비자들은 예민하다. 두살과 여섯살짜리 두 아이의 엄마라는 이아무개(32)씨는 “워낙 수산물을 좋아해서 노량진 등에서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었는데, 그걸 다 먹고 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임아무개(63)씨는 “나물이나 생선 등 예전에 집에서 말려둔 걸 주로 먹고 새로 사는 건 정말 필요한 것 아니면 안 산다”며 “가게에서 국내산이라고 해도 원산지를 속이는 일이 많으니까 국내산의 특징을 잘 파악해놨다가 꼭 확인해 보고 산다”고 밝혔다.

황춘화 김지훈 엄지원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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