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1주기를 이틀 앞둔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거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침몰로 숨진 천안함 장병과 수색작업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영정에 꽃을 바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천안함 사건 1년
희생장병 유족 아물지 않는 상처
고 서승원 중사 어머니
“비슷한 해군 보면 와락”
고 조지훈 상병 어머니
“마지막 문자 아직 간직”
희생장병 유족 아물지 않는 상처
고 서승원 중사 어머니
“비슷한 해군 보면 와락”
고 조지훈 상병 어머니
“마지막 문자 아직 간직”
“엄마가 아프다면 어디서든 달려왔는데…. 이젠 아무리 울어도 아들이 안 오네요.”
천안함 희생장병인 고 서승원 중사의 어머니 남봉민(43)씨는 지난 1년을 눈물로 보냈다고 했다. 남편과 별거한 뒤 6년을 아들과 단둘이 살았던 탓에 아들이 삶의 전부였다. 아들이 평택2함대에 입대한 뒤로는 집을 아예 평택으로 옮겼다. 남씨는 “1년이 지났지만 밥 먹을 때, 잘 때, 눈뜰 때마다 생각이 난다”며 “아들이 해줬던 팔베개가 그립다”고 흐느꼈다.
남씨는 얼마 전 과거에 살았던 인천으로 이사를 했다. 그는 “아들이 죽고 나서 비슷하게 생긴 해군만 보면 와락 끌어안다보니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집을 옮겼다”며 “지금도 지나가는 해군만 보면 아들한테 그랬던 것처럼 팔짱을 끼고 싶다”고 말했다.
남씨는 대신 아들 친구들한테 위로를 받고 있다. “아직도 아들 친구들이 놀러와 밥 달라고 하고, 때로 청소도 해놓고 가요. 아들이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 놓아서 참 고맙죠.” 남씨는 “보훈처 등에서 받은 보상금도 아들 목숨값이라고 생각돼 통장에 넣어두고 한푼도 못썼다”며 “혼자 먹고 살 정도만 일하며 산다”고 말했다.
46명의 천안함 희생장병 유족들은 대부분 남씨처럼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지난 1년을 버텼다고 했다. 고 조지훈 상병의 어머니 정애숙(47)씨는 아들이 사고 전에 휴대전화로 찍어 보낸 메시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정씨는 “1년 전 그 날이 다가오니 그때 아이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던 일이 생각이 나서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1)씨도 “현민이는 아직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휴가만 안 나올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픔을 딛고 겨우 새출발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 심영빈 중사의 아버지 심대일(63)씨는 “하던 일도 그만 두고 하루종일 집에 박혀 멍하니 아들 생각만 하면서 1년을 보냈다”며 “이제 1주기 행사를 마치면 좀 털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 손수민 중사의 외삼촌 전명철씨도 “수민이 아버지가 사고 뒤 회사를 휴직했다가 지금은 복직해서 열심히 다니고 있다”며 “가족끼리 서로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지난해 12월 국민성금으로 모인 145억5400만원을 바탕으로 천안함재단을 출범시키고, 생존 장병을 위한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천안함에서 생존한 승조원 58명 가운데 당시 하사 1명과 병장 8명 등 9명은 그동안 전역을 했고, 나머지 장병 49명은 해군 각 부대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다. 해군은 이들이 지난 1년 동안 ‘숨진 장병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혼자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2함대 전비전대에서 지상 근무 중인 김수길 상사(당시 천안함 전탐장)는 “1년이 지났지만 (당시 일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2함대 부두에 내려와 함 옆에 서 있으면 속이 많이 울렁거리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복무 중인 장병 49명 가운데 대부분은 지원부대나 지상근무를 하고 계속 배를 타는 장병은 5명에 불과하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중령)은 계룡대에 있는 해군 역사기록관리단의 기록물 관리위원으로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최 함장은 지난해 9월 ‘평시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대비하려면 기동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도 적정속도 유지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군 검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으며, 이달 초 최종적으로 징계유예 처분을 받았다. 송채경화 권혁철 박태우 기자 khsong@hani.co.kr
최원일 천안함 함장(중령)은 계룡대에 있는 해군 역사기록관리단의 기록물 관리위원으로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최 함장은 지난해 9월 ‘평시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대비하려면 기동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도 적정속도 유지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군 검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으며, 이달 초 최종적으로 징계유예 처분을 받았다. 송채경화 권혁철 박태우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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