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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국제결혼 느는 한국 ‘헤이그 협약’ 동참을”

등록 2011-02-11 20:20수정 2011-02-11 23:09

수전 제이컵스
수전 제이컵스
부부 중 한명이 배우자 동의 없이 다른나라로 아이 데려가면 ‘유괴’
협약은 아이 돌려보낼 의무 부여 “한국정부서 긍정적 검토해 다행”
‘국제유괴 위험 홍보’ 수전 제이컵스 미 어린이친선대사

“국제결혼이 날로 늘어가는 한국도 ‘국제어린이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헤이그 협약’(Hague IPCA) 가입이 필요합니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만난 수전 제이컵스(사진) 미국 어린이친선대사는 ‘국제어린이탈취’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제어린이탈취’는 국제결혼을 한 부부 가운데 한쪽이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다른 나라로 데려가는 것을 뜻한다.

1980년 10월25일 헤이그 국제사법회의에서 채택된 이 협약에는 현재 세계 84개 나라가 가입해 있으나,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미가입 상태다.

그는 “한쪽 부모에 의해 갑자기 타국에서 생활하게 된 아이는 정신적·문화적 충격과 함께 행정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며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면 아이의 처지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헤이그 국제어린이탈취 관련 협약은 아이를 원래 살던 나라로 돌려보내 그 나라의 법원이 양육권 분쟁을 판결하도록 하는 국제협약이다. 가입국끼리는, 자녀를 빼앗긴 부모가 아이의 반환 소송을 냈을 때 상대국은 아이를 찾아 돌려보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렇다고 ‘국제어린이탈취’를 한 부모 쪽이 무조건 자녀를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 제이컵스는 “미국인 남편에게 매맞고 살던 터키인 아내가 이혼한 뒤 남편의 동의 없이 아이를 터키로 데려간 사례가 있었다”며 “‘헤이그 협약’에 따라 미국으로 돌려보내진 아이는 양육권 재판에서 아버지의 가정폭력 사실이 드러나 어머니와 함께 안전하게 터키로 되돌려보내졌다”고 설명했다.

제이컵스 대사는 “한국에서도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나라로 탈취되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이 ‘헤이그 협약’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법무부 국제법무과 신승호 검사는 이날 “정부도 협약 가입에 찬성한다”며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내법을 먼저 개정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제이컵스 대사는 37년간 국무부에서 일해온 직업 외교관이다. 그는 10대 때부터 아기 돌보미, 여름캠프 교사 등의 일을 하며 어린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외교관으로 일할 때는 이스라엘로 국제탈취를 당한 미국인 어린이를 돌보는 일을 맡기도 했다. 제이컵스 대사는 “자녀 셋에 손자손녀 다섯을 둔 어머니이자 할머니로서 자연스럽게 어린이의 권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밝게 웃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사진 주한미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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