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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신 맹신’…구제역 토착화 길 걷나

등록 2011-01-28 19:56수정 2011-01-28 21:22

두 달 맞은 구제역 대재앙
두 달 맞은 구제역 대재앙
백신접종뒤 ‘감염가축만 부분매몰’ 전환
바이러스 퍼져 발병농가서 다시 구제역
정부가 재정 부담과 매몰처분에 대한 거부감 등을 이유로 구제역 예방약(백신) 접종 이후 매몰대상 가축 범위를 잇따라 축소하는 조처를 내놓아, 방역 현장의 혼선은 물론 구제역 상시발생국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구제역 상시발생국이란 오명을 15년째 벗지 못하는 ‘대만’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1주일 사이 백신 접종 농가에서 구제역 발생 때 매몰처분 대상 가축 범위를 축소하는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 20일엔 접종 이후 항체 형성 기간 14일이 지난 농가에 한해 감염 가축만을 매몰하는 ‘14일 뒤 부분 매몰’ 방침을 정했다. 그 이전까지는 발생 농가의 가축 모두 매몰하도록 했다. 1주일이 지난 27일엔 백신 접종을 마친 농장에서는 14일 이전에라도 감염 가축만 매몰하도록 더 뒷걸음쳤다.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은 ‘매몰 가축을 줄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최근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자 상당수 양돈농가들도 매몰 최소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장양돈수의사모임은 “백신 접종은 매몰처분과 병행할 때 효과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지금처럼 일부 감염 가축만 매몰하면 ‘돼지와 소만 죽이고 구제역 바이러스를 살려두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농장에서 구제역이 또 발생하고 해당 농장의 가축이 차례차례 매몰될 터인데, 그동안 바이러스는 더욱 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도 “백신은 불완전한 처방”이라고 말한다. 경기 이천 등지에서는 28일에도 구제역이 발생한 사례가 20여건 이어졌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가 백신 접종 뒤 일부만 매몰했던 농장에서 구제역이 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만처럼 구제역이 ‘토착화’하는 조짐이라고 경계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정책실장은 “백신 접종 이후의 관리가 지금처럼 허술할 경우 돼지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맞은 소의 항체 형성률은 85~97%에 이르지만, 돼지는 그보다 낮고 항체가 형성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2007년 논문을 보면, 백신 접종 열흘 뒤에 바이러스를 접촉시킨 돼지 19마리 중에는 3마리(방어율 19%)만이 무사했으며, 백신 접종 29일이 지나서야 방어율이 75%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적 백신 상황의 매뉴얼은 지금까지 준비돼 있지 않았고, 이제 급한 것부터 만들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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