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yh@hani.co.kr
파리바게뜨-뚜레쥬르 2파전
같은 가맹점끼리 출혈경쟁
이름없는 업체들 고사 직전
소비자 골라먹는 재미도 뺏겨
같은 가맹점끼리 출혈경쟁
이름없는 업체들 고사 직전
소비자 골라먹는 재미도 뺏겨
■ ‘쥐식빵’ 자작극 한달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있던 ‘뚜쥬루 과자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빵은 ‘시바앙 호두봉’이었다. 향긋한 호두향이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이 빵은 천연 효모를 사용해 14시간 이상 발효시켜 만드는 이른바 ‘거북이빵’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이 빵집은 답십리를 17년 동안 지켜온 ‘지역 명물’이었다.
뚜쥬루 과자점을 운영했던 윤석호(57)씨는 빵집을 빼앗긴 지난 2009년을 잊지 못한다. 당시 빵집은 하루 매출이 500만원이나 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해 3월 건물 주인이 윤씨를 찾아와 “딸에게 가게 자리를 내주어야 할 상황이니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윤씨는 “아쉬웠지만, 그동안 건물주가 이 자리에서 돈을 벌게 해준 게 고마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두 달 뒤 뚜쥬루 과자점 자리에 파리바게뜨가 들어섰다. 이미 가게 건너편에 파리바게뜨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윤씨는 더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윤씨가 사실 확인을 해보니, 건물 주인은 ‘보증금 8000만원, 월세 700만원’이던 임대조건을 ‘보증금 5억원, 월세 1800만원’으로 올려 받았다. 파리바게뜨 쪽은 이와 관련해 “본사가 관여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뚜쥬루 과자점 단골이었다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찍어낸 듯 비슷한 빵을 먹는 일은 시련이고 비극”이라며 “빵을 선택할 권리마저 줄어드는 건 너무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적었다.
달콤한 빵을 둘러싼 살벌한 ‘빵집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엔 뚜쥬루 과자점처럼 동네 빵집들만 내모는 게 아니라, 빵집 전쟁에 뛰어든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들도 치열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골목 빵집부터 경쟁업체 매장까지 겨냥한 빵집 전쟁의 두 주인공은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다. 2006년에 전국 매장이 1456개였던 파리바게뜨는 2010년 2700여개로 갑절 가까이로 늘어났다. 후발주자인 뚜레쥬르도 최근 해마다 100여개씩 매장을 늘려 현재는 전국에 1400여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벌어진 ‘쥐식빵’ 사건은 이런 빵집 전쟁에서 불거진 극단적인 사례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며 ‘쥐식빵’ 자작극을 벌인 김아무개(36)씨는 지난해 10월 1억원의 빚을 떠안고 자신이 제빵사로 일했던 가게를 인수했다. 반경 500m 안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2곳과 경쟁을 해야 했고, 12월 들어서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했다. 공사비 1억1000만원까지 떠안게 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뚜레쥬르 매장이 파리바게뜨로 둔갑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월5일 김아무개씨 부부는 뚜레쥬르와 3년간 가맹 계약을 맺었지만 6개월 만에 계약을 해지하고 같은 자리에 파리바게뜨를 개업했다. 뚜레쥬르 쪽이 법원에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영업정지가 분쟁 해결 수단은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치열한 매장 확장 경쟁 탓에 인접한 곳에 같은 브랜드의 가게가 들어서는 일도 흔해졌다. 한 가맹점주는 “인근에 같은 매장이 들어서 본사에 항의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매장을 열 때 들어간 초기비용이 너무 많아 이제 와서 다른 선택을 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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