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오리들이 살처분된 나주 장동리 구석기 유적지. 광주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매몰 장소가 유적지라는 사실 몰랐다”
매립장에서 탈출한 오리가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매립장에서 탈출한 오리가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오리를 무더기로 매몰한 곳이 구석기 유적지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문화방송>(광주MBC)은 11일 “지난 9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장동리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오리를 매몰했는데, 그곳은 2006년 타제석기가 발견돼 구석기 유적지로 지정된 곳”이라며 “방역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구석기 유적지에 오리를 묻었는지 물었지만 모두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나주시 동강면 관계자는 “그때는 바로 조류인플루엔자가 터져서 당장 매몰처리 하라고 했는데 (매몰) 후보지를 선정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오리를 매몰한 장소가 유적지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나주시 축산과 방역 관계자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나주 동강면, 공산면, 왕곡면 일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구석기 시대 유적은 1997년 목포대 박물관팀에 의해 확인됐다. 장도리 유적은 그 가운데 하나로 목포대 박물관팀이 실시한 지표조사에서 몸돌, 찍개류, 다면석기와 주먹도끼, 칼형도끼 등 구석기시대 후기에 속하는 3~6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
<광주문화방송>은 또 “장동리 매몰지에서 탈출한 오리 한 마리가 눈덮인 논을 버젓이 돌아다니고, 농수로에는 돌아다니다 빠져 죽은 것으로 보이는 오리 사체가 널려 있다”고 보도했다. 매몰한 오리가 버젓이 걸어다니자 주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강면에 살고 있는 김영길씨는 <광주문화방송> 취재진에게 “마을에서 보니까 밤에 오리를 자루에다 담지도 않고 그냥 차에 막 싣고 다니더라”며 “오리들이 아무 데나 버려지고 도망친 오리들은 주변을 활개치고 돌아다니고 그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리 매몰지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갈까 걱정하고 있다. 매몰지에서 불과 50m 정도 떨어진 농가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서애자씨는 “지하수로 밥 해먹고 물도 먹는다”며 “저렇게 해놔서 걱정이야, 시방이 난리”라며 불안해했다. 주민들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강행한 매몰이 오히려 조류인플루엔자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지난해 12월8일 전북 익산에서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는 전남지역을 초토화 시키고 경기 안성 등 수도권 지역까지 북상했다.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는 모두 34건의 의심신고가 나왔는데 양성 16건, 음성 2건, 나머지는 정밀검사중이다.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급속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농림수산식품부는 12일 조류인플루엔자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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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활보하고 있는 살처분 대상 오리. 광주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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