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4일 오전 학내 공간을 빌려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판코’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식품영양학과-생협 손잡고 2004년 문열어
운영진·알바 전부 학생…모든 결정 회의로
“남는것 없지만 복지차원 수년째 가격 동결”
운영진·알바 전부 학생…모든 결정 회의로
“남는것 없지만 복지차원 수년째 가격 동결”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만 하루에 100잔 넘게 팔아요. 잔 수로 따지면 학교 안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절대 밀리지 않죠.” 지난 4일 오전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1층에 있는 커피전문점 ‘카페 판코’의 부매니저 전재안(25·경제학과)씨가 밀려드는 주문에 바삐 손을 놀리며 말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소속인 카페 판코는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학 내 커피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2004년 문을 연 판코는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판코(Fanco)란 이름은 영어 ‘Food And Nutrition Coffee’의 머리글자를 따온 말로 ‘식품영양학과가 만드는 커피’라는 의미다. 이 학교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가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주겠다’며 생협과 협력해 처음 만들었다. 판코의 주인은 학생이다. 운영진 7명과 아르바이트생 24명 모두가 이 대학 학생이다. 학생들이 직접 커피 원료를 주문하고, 새로운 메뉴 개발과 매장 관리, 아르바이트 채용까지 회의를 열어 결정한다. 매니저 신중원(25·식품영양학과 대학원)씨는 “쉬는 날도 카페에 와서 스스로 일을 할 정도로 애정이 많다”며 “카페가 동아리방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아르바이트생 채용 경쟁률이 9 대 1이나 됐다. 이윤이 목적이 아닌 만큼 판코의 운영은 ‘비효율적’(?)이다. 시급 5000원을 받는 24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수업이 없는 시간을 골라 한 주일에 최소 7시간만 일한다.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은 카페 운영비와 시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대신 학생들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견줘 5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살 수 있다. 부매니저 이승호(24·사회학과)씨는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수년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판코는 미리 짜여진 경영방침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대부분 결정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터”라며 “금융회사에 취직하려던 친구가 이곳에서 일한 뒤 진로를 바꿔 프랜차이즈 카페에 취직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살처분 단2천마리…DJ는 구제역을 이렇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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