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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아래옷 10겹…그래도 꽁꽁“밤세차 쭉 할수 있다면 원없죠”

등록 2011-01-07 08:47

한파 속 세차원들의 밤
한파 속 세차원들의 밤
한파 속 세차원들의 밤
한달에 한대당 5만원 받아
그나마 일 줄어 운전 부업도
“재개발 뒤엔 어쩌나” 걱정
6일 새벽 1시, 영하 13도의 ‘소한 한파’가 속살을 파고들었다.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 야외 주차장에서 한아무개(47·사진·남)씨가 청소도구가 가득한 카트를 밀며 고급차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그는 아파트 야간 세차원이다. 이날 동이 트기 전까지 80대의 차를 닦아야 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빼고 평일과 토요일 새벽까지 매일 세차를 하고 그가 버는 돈은 차 1대당 한 달에 5만원이다.

“80대는 많은 게 아니에요.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옆 동 담당하는 분은 세차 끝나고 학원차를 몰아요. 옛날보다 닦는 차 대수가 줄어드니까 ‘투잡’을 하는 거죠.” 한씨는 20년 전인 27살 때부터 이 아파트에서 밤마다 차를 닦았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88년 상경해 음료회사를 다니다 몸이 아파 그만두고 지인의 소개로 세차를 하게 됐다. “저야 학생 때 공부보다 노는 걸 좋아했으니 지금 고생하는 거죠.” 한씨가 먼지떨이를 익숙한 솜씨로 돌리며 재규어 스포츠카의 차창에서 먼지를 훔쳐냈다.

새벽이 깊어지고 바람이 체온을 빼앗아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한씨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이런 날엔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돼요.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죠. 올해는 예년보다 더 춥고 날씨에 기복이 많아서 힘이 드네요. 비 오고 눈 오는 게 우리는 무섭거든요.”

지하에 주차장이 있어 작업 여건이 좀 나은 주상복합아파트 세차일은 한씨 같은 이들의 몫이 아니다. “거기는 기업형으로 해요. 한국인들로는 수지가 안 맞으니, 중국인 유학생들 데려다 쓰죠.”

이날 새벽 5시, 서울 반포1동 한양아파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세차원 이아무개(52·여)씨의 볼은 칼바람에 빨갰다. “정말 추우면 소주 한두 잔을 마시고 일할 때도 있어요. 추위를 이길 방법이 없거든요.”

이씨는 가락동시장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다 실패하고 동생이 하던 이곳 세차일을 넘겨받아 24년째 일하고 있다. “세차를 시작할 때는 손끝이 시려오다가 끝날 때쯤이면 감각이 없어요.” 이씨는 긴팔 상의 세 벌에 폴리에스테르 옷 두 벌, 오리털 조끼까지 여섯 겹으로 껴입고, 하의는 내복 두 벌에 청바지, 방수복 등 네 겹으로 ‘무장’을 했다. 머플러를 목에 감고 마스크에 털모자까지 썼다. “그래도 오늘처럼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이 차라리 낫죠. 습기가 많아서 차에 성에가 끼면 그걸 벗겨내느라 힘들어요.”

20년 넘는 경력의 노련함도 엿보였다. “제가 닦는 차의 주인집에 새벽부터 불이 켜져 있으면 골프치러 가나 싶어 그 차를 미리 닦아놔요. 이것도 요령이죠.” 한 달에 35대의 차를 닦지만 이씨 마음 한구석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30년 된 한양아파트가 재개발되면 저는 직장을 잃어요. 재개발이 끝나면 다시 이곳에서 세차일을 할 수 있기만 해도 원이 없겠는데….” 아침 7시, 불그스름하게 동이 터오자 ‘고객’들이 이씨가 닦아 놓은 차에 올라타고 출근을 했다. 이씨는 은평구 증산동 반지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730번 간선버스를 타고 퇴근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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