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애기봉 트리가 북 자극할까 불안”

등록 2010-12-23 21:00수정 2010-12-24 08:50

‘등탑’ 불밝힌 김포시 용강리 마을 가보니
주민들 “대피방송 안해 불만”
탱크까지 등장 긴장감 더해
일부 주민들은 “점등 찬성”
얼굴에 시커먼 검댕을 묻힌 군인들을 태운 탱크가 논두렁을 가로질렀다. 추수가 끝나 텅 빈 논 위로는 사람 대신 수백마리의 새기러기들만 떼지어 날아다녔다. 23일 정오께,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쪽에 있는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 마을 곳곳에는 탱크가 여러 대 배치돼 긴장감을 더했다.

평소 마을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탱크 행렬은 지난 21일 용강리 옆 애기봉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린 뒤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점등식 이후 민통선 입구의 민간인 출입 통제도 한층 강화됐다.

이북을 코앞에 둔 용강리 주민들은 큰 동요 없이 일상을 꾸리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을 점령한 불안감을 숨기진 않았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용강리 노인회장 정연식(66)씨는 “최전방이라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 군의 경계가 부쩍 강화됐다”며 “엊그제 애기봉에서 점등식까지 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주민 박춘옥(56)씨는 “애기봉 점등식 때 조강리 등 옆마을에서는 대피 방송을 했다는데 우리 마을에는 그런 방송도 안 나왔다”며 “우리 동네는 다 죽으라는 건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제 용강리 옆 조강리 주민들은 점등식이 있던 21일 저녁 ‘폭격이 있을 경우 마을회관으로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마을회관에 모였다. 22일 저녁에 만난 조강리의 한 목사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침묵하겠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기봉과 4㎞ 정도 떨어진 김포시 월곶면 주민들도 불안을 느끼긴 매한가지였다. 월곶면 포내리에서 곰탕집을 하는 지상철(56)씨는 “연평도 사격훈련, 애기봉 트리 점등식까지 하는 바람에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며 “잘잘못을 떠나 불안감이 커지면 이쪽 지역에는 사람이 끊긴다”고 말했다. 점등식이 있던 21일 애기봉 밑에서 점등행사 반대 시위를 벌였던 김포민주시민연대 최보현 사무처장은 “주민들 의견도 듣지 않고 한 교회의 종교 활동으로 대북선전활동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번 일로 김포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점등식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윤상필(57) 용강리 이장은 “나라 정세가 이러니까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긴 해도, 할 건 해야 한다”며 “7년 전 대북 방송이나 트리 설치를 하지 않기로 남북이 약속했지만, 연평도를 포격하는 등 북한이 먼저 약속을 어긴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용강리에서 바라다보이는 황해도 개풍군이 고향이라는 민규식(78)씨도 “저쪽 사람들한테는 약속이라는 게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우리가 점등식을 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애기봉에는 이날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애기봉 출입이 허락된 한낮에 트리의 불은 내내 꺼져 있었다. 용강리 민통선평화교회의 이적 목사는 “트리를 만든 쪽에서는 ‘평화통일과 민족화합을 위한 성탄트리’라고 말하지만 한쪽을 자극하기 위한 트리가 어떻게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포/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