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KTX 기장이…통로에서 술 취한채 담배까지
말리는 여승무원 열차밖 밀어 부상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ㄱ(28·여)씨는 지난달 22일, 다시 떠올리기도 끔찍한 일을 겪었다. 오후 6시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에서 근무하던 중 누군가 객실 밖 통로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다. 승객들이 흡연자로 지목한 이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유니폼을 입은 김아무개(46) 케이티엑스 기장이었다. 그는 근무를 마친 뒤 다른 열차에 편승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술에 취해 있었다.
ㄱ씨는 객실에서 술을 마시고 통로에서 담배를 피운 점을 지적한 뒤 사원증을 요구했지만, 김 기장은 “이게 감히 어디서 건방지게…”라며 사원증 제시를 거부했다. 더 끔찍한 일은 대전역에서 일어났다. 사원증 제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사이 기차가 대전역에 멈췄고, ㄱ씨는 기차에서 내려 승객들이 안전하게 타는 것을 확인한 뒤 열차에 올랐다. 객실 밖 통로로 나와 있던 김 기장에겐 재차 사원증을 요구하며 “문이 닫히니 객실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기장은 열차 승강문이 닫히려던 순간 ㄱ씨를 열차 바깥으로 떠밀었다. 플랫폼에 넘어진 ㄱ씨는 닫히는 문에 재빨리 손을 넣었고, 장애물을 감지한 승강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열차 출발이 지연됐다. 열차가 출발했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 기장은 사고 당시 자리를 피하려다 이를 지켜보던 남자 승객 두명에 의해 붙잡혔다. 이 사고로 전치 2주의 피해를 입은 ㄱ씨는 “기관사 중에서도 경험이 많고 안전의식이 투철한 이들만 기장이 될 수 있다는데, 열차가 출발 때 사람을 밖으로 밀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사람이 그랬다는 게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김 기장은 사고 뒤 코레일 자체 조사에서 담배를 피우고 사원증 제시를 거부한 점은 인정했지만, 승무원을 떠민 부분과 관련해서는 “승무원이 나가려는 나를 제지하려다 내 몸에 걸려 넘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단 김 기장을 철도안전법과 품위유지법 위반 등으로 징계했다”며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이 사건을 대전지검으로 송치했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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