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특집] ‘사찰 민간인 변호사’ 최강욱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북한의 도발에 묻힌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대포에 묻힌 대포폰 사건’, <엘에이(LA)타임스>가 ‘한국판 워터게이트’라고 일컬은 총리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회 ‘정봉주의 PSI’에서 ‘연평도와 대포폰’의 수상한 상관관계를 짚었던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는 특별한 손님을 모셔서 희대의 사건에 대한 정밀 감식을 벌였다.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 김종익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최강욱 변호사다.
최 변호사는 이 사건을 ‘국사범’이라 부른다. 전쟁영화라도 찍고 있는 듯한 어지러운 화면, 지면들 사이로 지나갈 듯 보이는 이 사건을 ‘국가질서를 문란케 한’ 국사범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 정보기관들이 정치와 연관된 사람들을 때리고 사찰한 경우는 있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민간인을 사찰한 경우는 없죠. 인류가 현대화되고 난 뒤에 이런 범죄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는 건 창피한 일입니다.”
이 사건에 비하면 워터게이트는 차라리 양반이다.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을 사찰한다는 원칙이라도 있었지만 여기에는 아군이고 적군이고 없다. 남경필,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 친이로 분류되는 사람도 뒷조사의 그물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잖는가.
이런 엄청난 일을 총리실 하수인 부리듯 꾸민 자 그 누군가. 수사권 꼭 틀어쥔 검찰도 못 밝히는 (또는 안 밝히는) 것을 <뉴욕타임스>가 밝힐 수 있겠는가마는, 적어도 답답한 가슴 뚫어주는 데 손색은 없다. 엠비(MB)시대, 무슨 사찰이 이렇게 많은지 살기 팍팍한 사람들에게 시원한 웃음 구멍 하나 내드리겠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시청자 퀴즈도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끝까지 채널(?) 고정. 최 변호사의 정연한 입담과 막후 스토리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지만 말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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