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난민들의 심리치료 장소를 의논하고 있는 신현철 팀장(왼쪽)과 박준호 이사(오른쪽)
무료 숙소지원 ‘인스파월드’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찜질방 인스파월드(회장 박운규)는 일주일째 연평도에서 피신한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매일 불편한 밤을 보내는 주민들도 고생이지만,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찜질방 시설관리자들도 휴일까지 반납하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인스파월드 기획관리팀 신현철 팀장은 29일에도 종일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했다. 점심도 거른 채 주민들을 위한 심리치료 공간을 마련하느라 찜질방 2층을 분주히 오가던 신 팀장은 “처음에 직원들과 찜질방을 피난민들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만 해도 이처럼 많은 이들이 머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상 인원의 10배가 넘는 400~500명의 피난민들이 찜질방으로 모여들자 신 팀장이 악역을 자처했다. “매트가 부족해 맨바닥에서 주무시는 어르신도 있고, 난방과 급식 등 신경쓸 일이 많아 직원들한테 휴일 금지령을 내렸어요. 다들 힘들겠지만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는 지난 25일 네살 딸아이가 중이염 수술을 했는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찜질방을 지켰다.
인스파월드 박준호 총괄이사도 “정부가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마련해줘야 주민들과 협의해 대청소라도 할 텐데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많은 인원이 24시간 지내다 보니 바닥 물청소가 어려워 위생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찜질방 관리자 신중실(51)씨도 “이런 인원을 감당해보기는 처음이라 일주일째 멈추지 않고 청소를 하고 있다”며 “치우고 돌아서면 쓰레기가 보이지만, 피난민들 앞에서 힘들다고 할 수야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 권영희(54)씨는 “연평도에 돌아가면 찜질방 사람들한테 꼭 굴이랑 꽃게를 보내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천/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