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방서 스스로 목숨 끊어
지인들 “추방될까 자수못해”
지인들 “추방될까 자수못해”
전자제품 매장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 도망친 중국동포가 도주한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3일 서울 금천경찰서가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중국동포 김아무개(42)씨는 지난달 3일 금천구 독산동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PMP)를 훔치다 직원에게 붙잡혀 인근 파출소에 인계됐다.
경찰은 김씨의 소지품을 살펴보다 가방에서 상표를 뜯지 않은 후드 티셔츠 한 벌을 발견했고, 이 역시 훔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출처를 추궁했다. 김씨는 가산동의 의류 아웃렛에서 산 것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김씨와 함께 해당 상가를 찾아갔다. 김씨는 그러나 동행한 경찰관 2명이 상가 직원과 얘기하며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수갑을 찬 상태로 달아났다.
이후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뒤를 쫓았으나 김씨는 결국 도주 1주일 뒤인 10일 서울 가리봉동의 한 여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김씨는 수갑을 풀어놓은 상태였고, 경찰은 주변 정황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김씨가 도주한 뒤 지인들을 통해 자수를 권유했지만 김씨는 ‘전과 때문에 중국으로 송환될까 두려워 자수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입국해 건설현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왔으며 합법적인 체류 상태에 있었다.
경찰은 “단순 절도 사건으로, 도망치거나 죽음을 선택할 사안이 아니어서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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