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서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으로 일했던 중국인 노동자 천옥강(22)씨가 지난 7일 경남 김해시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서 장훈정 간사와 상담하고 있다.
대우조선 해투연수생 천옥강씨 ‘한국에서의 악몽
기업 아닌 직업소개소 통해
연수생 신분 모르고 입국
하루 12시간 살인노동에
이탈 못하게 강제적금까지
8개월만에 결국 ‘빈손 도망’ 지난해 12월16일, 여드름투성이에 앳된 얼굴의 중국인 청년이 경남 김해시 동상동 김해이주민인권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2008년 10월부터 경남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에서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해투연수생)으로 용접 일을 하다 이듬해 6월 사업장을 이탈한 천위깡(22)씨였다. 천씨는 “사업장 이탈로 빈털터리인데다, 통장 거래도 중지돼 사촌형이 부쳐준 생활비마저 찾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센터에서 상담을 하며 자신이 회사에서 심각한 노동력 착취와 인권침해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7일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서 만난 천씨는 “나 같은 산업연수생들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일하고도 훨씬 적은 돈을 받았지만 왜 그렇게 된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기 전 고향인 중국 산둥에서 호텔 요리사로 일했다는 천씨는 한국으로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함께 직업소개소를 찾아갔다. 소개소는 천씨에게 입국비용으로 6만5000위안(1100만원)을 요구했다. 가짜로 부동산 담보 증명서를 만드는 데도 따로 3만위안(500만원)이 들었다. 우리 돈으로 약 1600만원을 건네고 입국한 천씨는 자신이 대우조선해양의 해투연수생 신분인지도 모른 채 조선공장에서 용접 일을 했다. 기본 근무는 하루 평균 8~10시간이었지만, 거의 매일 특근과 잔업을 합쳐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하지만 천씨가 한달에 받은 돈은 잔업수당과 생활비, 이탈방지용 강제 적금, 중국으로 보내지는 기본급 등을 모두 합쳐 55만원이 전부였다. 천씨는 “회사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어 8달을 일한 뒤 몰래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일하는 동안 받았던 부당한 대우도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천씨는 “장거리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고, 기숙사 밖 음식점을 갈 때도 신청서를 냈다”고 전했다. 천씨와 함께 일하다 2008년 11월 사업장을 이탈한 유문정(22)씨도 “한국인 반장과 관리자들이 무시하고 욕설하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여권은 한국에 오자마자 작업반장이 걷어갔고, 회사는 이들이 작업장을 이탈한 뒤 한달에 20만원씩 떼어갔던 이탈방지용 강제 적금 150여만원도 몰수했다. 불법체류자가 된 천씨는 현재 김해에 있는 한 철물 공장에서 일한다. 천씨는 “대우조선해양에 있을 때와 비슷한 강도로 일하는데도 지금은 특근수당까지 합쳐 한달에 200만원을 받을 때도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천씨는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을 고소한 뒤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받지 못한 돈 587만원을 받기로 회사 쪽과 합의했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이탈한 동료들도 천씨를 지켜본 뒤 회사를 고소했지만, 회사 쪽은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밀린 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김해/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연수생 신분 모르고 입국
하루 12시간 살인노동에
이탈 못하게 강제적금까지
8개월만에 결국 ‘빈손 도망’ 지난해 12월16일, 여드름투성이에 앳된 얼굴의 중국인 청년이 경남 김해시 동상동 김해이주민인권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2008년 10월부터 경남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에서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해투연수생)으로 용접 일을 하다 이듬해 6월 사업장을 이탈한 천위깡(22)씨였다. 천씨는 “사업장 이탈로 빈털터리인데다, 통장 거래도 중지돼 사촌형이 부쳐준 생활비마저 찾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센터에서 상담을 하며 자신이 회사에서 심각한 노동력 착취와 인권침해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7일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서 만난 천씨는 “나 같은 산업연수생들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일하고도 훨씬 적은 돈을 받았지만 왜 그렇게 된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기 전 고향인 중국 산둥에서 호텔 요리사로 일했다는 천씨는 한국으로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함께 직업소개소를 찾아갔다. 소개소는 천씨에게 입국비용으로 6만5000위안(1100만원)을 요구했다. 가짜로 부동산 담보 증명서를 만드는 데도 따로 3만위안(500만원)이 들었다. 우리 돈으로 약 1600만원을 건네고 입국한 천씨는 자신이 대우조선해양의 해투연수생 신분인지도 모른 채 조선공장에서 용접 일을 했다. 기본 근무는 하루 평균 8~10시간이었지만, 거의 매일 특근과 잔업을 합쳐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하지만 천씨가 한달에 받은 돈은 잔업수당과 생활비, 이탈방지용 강제 적금, 중국으로 보내지는 기본급 등을 모두 합쳐 55만원이 전부였다. 천씨는 “회사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어 8달을 일한 뒤 몰래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일하는 동안 받았던 부당한 대우도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천씨는 “장거리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고, 기숙사 밖 음식점을 갈 때도 신청서를 냈다”고 전했다. 천씨와 함께 일하다 2008년 11월 사업장을 이탈한 유문정(22)씨도 “한국인 반장과 관리자들이 무시하고 욕설하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여권은 한국에 오자마자 작업반장이 걷어갔고, 회사는 이들이 작업장을 이탈한 뒤 한달에 20만원씩 떼어갔던 이탈방지용 강제 적금 150여만원도 몰수했다. 불법체류자가 된 천씨는 현재 김해에 있는 한 철물 공장에서 일한다. 천씨는 “대우조선해양에 있을 때와 비슷한 강도로 일하는데도 지금은 특근수당까지 합쳐 한달에 200만원을 받을 때도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천씨는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을 고소한 뒤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받지 못한 돈 587만원을 받기로 회사 쪽과 합의했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이탈한 동료들도 천씨를 지켜본 뒤 회사를 고소했지만, 회사 쪽은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밀린 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김해/글·사진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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