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영화학과 학생회장 조지훈(26)씨가 “지난 9월 16일 연극학과 ‘ㄱ’교수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연극학과-영화학과 ‘학과통합 반대’ 학생들 폭행 물의
해당 교수 “손바닥으로 뺨 몇대…학과통합관 무관”
해당 교수 “손바닥으로 뺨 몇대…학과통합관 무관”
한양대학교 교수가 학과통합에 반대하는 학생 대표들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한양대 영화학과 학생회장 조지훈(26)씨는 “지난 9월 16일 개강 총회 뒤풀이 자리에서 연극학과 ‘ㄱ’ 교수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열 대 정도 맞았다”며 “같은 자리에 있던 예술학부 학생회장과 연극학과 학생회장도 돌아가며 주먹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다칠 정도로 맞은 것은 아니지만 학생 대표자로서 교수에게 맞았다는 생각에 괴로웠다”며 “태어나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화학과 학생들은 ㄱ교수가 2차 술자리에서도 폭행과 폭언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영화학과 부학생회장 최재웅(21)씨는 “ㄱ교수가 도착하자마자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렸고, 학생들에게 나이를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학과 여학생 ‘ㅂ’ 씨는 “ㄱ교수가 나이를 묻기에 학번과 이름을 말했더니 ‘나는 마흔이 넘었다, 이 XXX아’라고 성적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술을 먹었어도 교수가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당황이 되었고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폭행을 당한 이유에 대해 “연극학과 교수들이 연극학과와 영화학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당일 영화학과 학생들은 개강 총회를 열어 ‘학과통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발족시켰다. 조씨는 “(비대위를 꾸린 것을 두고) ㄱ교수는 ‘이게 너희들이 원한 것이냐, 영화학과는 점수도 떨어지고 있는데 너희끼리 잘해보라’고 말하면서 때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ㄱ교수는 “때린 것은 사실이고 잘못이지만 주먹이 아니고 손바닥으로 뺨 한 대씩 때렸을 뿐”이라며 “이 일은 학과 통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럼 왜 폭행 당시 그런 말을 했느냐,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느냐’고 거듭 물었더니 “그건 명확하게 상관이 있다 없다 말하기는 좀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ㄱ교수는 여학생에게 성적 욕설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취해 있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주변에 있었던 후배들에 물어보니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과통합 과정에서 폭행 사건까지 벌어진 데는 학교 쪽이 무리하게 통합을 밀어붙이면서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때문으로 보인다.
한양대는 지난 7월 18일 교무회의를 열어 두 과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7년 전문성 강화를 이유로 연극영화과를 연극과와 영화과로 분리했다가 3년 만에 학과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다시 통합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비대위는 “교수들이 지난 4월 교무처에 낸 통합 건의안을 보면 ‘무엇보다 학과 통합은 재학생들의 절실한 요구사항’이라고 했으나, 이는 학과 통합을 추진한 교수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대위는 지난 9월 29일 영화학과 전체 학생 100여 명 중 74명의 서명을 받아 통합 이견서를 교무처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은 “통합 건의안에 ‘재학생들의 요구사항’이라는 문구가 있어 이를 신뢰했다”며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해야 하지만 학과통합은 학교 정책에 따라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무처장은 또 “통합에 반대하는 교수가 뒤에서 학생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그 밖에도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로 △연극은 무대 예술, 영화는 미디어 예술로 그 분야가 다르다는 점 △세계적 추세로 봐도 두 학과가 통합돼 있는 경우는 별로 없고 △영화 전공 수업 대신 연극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하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영우(27) 비대위원장은 “통합이 진정 학과와 학생을 위한 것이라면 왜 3년 전에는 학과를 분리하는데 찬성했느냐”며 “교수 선임에 대한 주도권 확보 등 교수 개개인의 이권 문제가 걸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연극학과 학생회장 신명민씨는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으로 때린 것은 맞다”면서도 “그 상황이 그렇게 큰 구타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는 “연극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통합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글·영상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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